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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빠진 밸류업… 맥빠진 은행株 ‘회장님표 세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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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금융그룹 CEO(최고경영자)들이 앞다퉈 자사주를 매입하고 뉴욕 투자설명회(IR)에서 직접 기업 가치를 어필하며 ‘대표 저 PBR주’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 주도 국내 증시 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1호 기업’도 나온 상황이다.

연초 이후 국내 4대 금융그룹 주가는 대표적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지목되면서 큰 폭으로 상승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정작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 은행주는 조정을 거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금융그룹이 장기적으로 저평가에 벗어나기 위해선 정부의 규제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은행 등 금융업은 대표적 규제산업인 만큼 정부의 개입이 많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맞춰 금융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내놓았던 관례도 시장에서 보기엔 부정적인 이슈라는 얘기다.

특히 배당정책에 대한 자율성을 높이고 수급차원에서 국민연금의 ‘10%룰(금융지주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하는 규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올해 4분기 중 공시하겠다고 예고 공시했다. KB금융은 공시에서 “이사회와 함께 ‘KB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올해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사 가운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추겠다는 공시를 한 건 KB금융이 처음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KB금융의 노력은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6일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IR에서 “현재 40% 수준까지 끌어올린 높은 주주환원율을 유지하고자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참석해 “역사상 6분기 연속 자사주 매입한 경우를 봤나. 한국 금융당국이 주주환원 정책에 인색하다는 인식을 떨쳐도 된다”라며 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홍보했다.

금융권 CEO들은 최근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책임경영에 나선 것도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한금융 주식 8551주를 보유한 데 이어 지난달 17일 지주 주식 50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경영진도 지난 2일 책임경영을 위해 자사주 14만주를 사들였다. 양종희 회장도 지난 3월 주당 7만7000원에 자사주 50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같은 ‘회장님 표 세일즈’에도 은행주는 최근 조정장세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1일 8만1600원을 기록했지만, 다시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종가도 7만8100원이었다.

신한금융도 이달 21일부터 줄곧 46000~48000원대 사이를 맴돌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최근 7영업일 중 27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하락세였고, 우리금융도 이달 내내 1만4000원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금융사의 자체적인 노력만 강조하기보다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정책당국은 은행그룹이 하나의 단일체로 작동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전업주의 하에서 허용되는 최대 수준의 규제 완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은행주에게 주주환원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제라 생각된다. 그동안 은행주의 이익감소를 초래해 왔던 규제들의 강도가 낮아지는 게 은행주가 밸류업을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기간 국내 은행주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투자자들에게 가장 확실히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선 자본과 배당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각 금융사의 포트폴리오에 맞게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자본규제 수준이 다르게 운영되고 있으며, 규제 수준을 충족한다면 배당 정책은 각 금융사 자율로 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각 금융사의 상황에 맞는 규제를 적용하면서 해당 규제 수준 충족 시 금융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 운영 및 시장 메시지 전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은행업권의 충분한 자본수익성(ROE) 창출의 길도 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이익 중심의 은행업 특성에 따라 이익증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며 이에 따라 은행업권은 이익 증가도 일정 부분 제한되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도 횡재세 등 논의가 있었는데 투자자 IR시 많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해외처럼 계좌이용 수수료 부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은행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법 개정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국민연금은 금융지주 주식을 10%, 지방금융지주 주식은 15% 이내로 보유할 수 있다는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이 그 대상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10% 룰에 걸려 연기금의 수급이 제한되다 보니 금융회사들의 외국인 지분율도 높고, 주가 상승이 기대될 시 국민연금이 오히려 보유분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국민연금이 룰 때문에 금융주를 지속적으로 보유하지 못하면 가치 상승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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