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안정뿐 아니라) 금융안정도 고려해 중립금리를 추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30일 오전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와 대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중립금리는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나 물가가 오르지 않는 디플레이션를 유발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에서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최근 미국이 고금리 상황에서도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자 미국의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립금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중립금리가 상승하면, 금리인하 폭이 시장의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이 총재는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3.5%이고, 중립금리는 그보다 낮은 2~3%로 추정돼 ‘긴축 상황’으로 봐야한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물가안정만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약간 높게 나타난다”며 “중립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세지만, 환율과 무역 등 글로벌 금융 상황을 반영하면 추정치의 등락이 있다”고 했다.
이에 요르단 총재는 “중립금리는 통화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준거가 되지만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국가별로 이자율이 많이 다르고, 무역 발전 등에 따라서 (중립금리는) 많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최근 2년 실질금리가 제로금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올랐다”며 “중립금리가 앞으로 상승할지 또는 팬데믹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회귀할지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립금리가 재상승하고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요르단 총재는 기조 발언에선 팬데믹 이후 실질금리 상승에 대해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주로 기인한다고 평가하면서 중립금리의 재상승 판단은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 준거로 중립금리 추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추정 방식과 모형을 활용하고, 인플레이션 캡 등과 교차 확인 등을 통해 신뢰받을 만한 추정치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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