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천천히 서둘러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기조 전환을 조심스레 언급하면서도 향후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금융안정까지 고려한 중립금리 채택 가능성을 시사하며 기조 전환이 늦춰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와 더불어 금융안정을 고려해 중립금리를 추정하려고 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와 대담 중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 총재는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물가안정만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약간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앞서 기준금리 인하를 실시했던 스위스 중앙은행의 토마스 요르단 총재가 기조연설을 맡아 중립금리에 대한 시각을 연설했다. 요르단 총재는 “중립금리는 통화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준거지만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중립금리가 재상승하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분석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없이 잠재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상태를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초고강도 긴축에도 미국 경제 성장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중립금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도 컨퍼런스 이튿날인 31일 중립금리 추정 논문을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의 공식 추정치는 아니지만 향후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요 지표로 활용될 것이란 시각이다. 다만 앞서 두 총재가 언급하듯 중립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잠재성장률, 기대수명, 신기술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으로 다양한 만큼 보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 통화정책 기조 변화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가 달라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스위스의 최근 금리를 인하 결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에 요르단 총재는 “스위스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었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통화 정책이 다를 때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조사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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