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외국인 투자자의 최근 6개월 평균 매수가를 밑도는 수준까지 빠진 것으로 추산됐다. 외국인 중 투자 손실을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은 지난해 11월 이후 12조원가량을 사들이다가 이달 들어 ‘팔자’로 돌아섰다.
증권업계는 최근 6개월간 매수에 가담한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손절매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뚜렷하게 사들이는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가 본격화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 주식은 30일 오전 10시 40분 유가증권시장에서 7만4600원에 거래됐다. 전날 3.09%(2400원) 내린 데 이어 이날도 0.8%(600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8일 종가 기준 8만1300원까지 오른 뒤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외국인이 마음을 바꾼 시점과 맞물린다. 외국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8일까지 삼성전자 주식 11조918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평균 매수단가는 7만5942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2조368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장 중 현재도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전날부터 평균 매수단가를 밑돌면서 손실 구간에 진입한 외국인이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2022년 9월부터 꾸준히 순매수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진입한 외국인과 (2022년부터 꾸준히 매수한 외국인은) 다른 성향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공지능(AI) 기대감 때문에 삼성전자를 편입했던 외국인은 손절매하고 이탈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약세인 배경은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삼성전자는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면서, AI 열풍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 이후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창사 이래 첫 파업 문제까지 불거졌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전날 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 조합원은 2만8400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정규직 직원(12만4800명)의 22.8% 수준이다. 문제는 전삼노 조합원의 90%가량이 반도체(DS)부문 소속이라는 점이다. 장기간 연속으로 이뤄지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짧은 시간의 생산 차질로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2018년 28분간 정전이 발생했을 때도 손실 규모가 5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 주가를 떠받치던 외국인까지 떠나면 주가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 삼성전자 지분 중 외국인 비중은 지난 9일 56.02%였으나, 이날 현재 55.62%로 줄었다. 외국인 지분율이 0.4%포인트 줄어드는 동안 주가는 8%가량 빠졌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여전히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39조1070억원으로 한달 새 2조원 가까이 높였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관련 시장의 우려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삼성전자의 HBM3는 미국 AMD에 공급을 시작해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엔비디아에도 HBM3E(5세대 HBM) 등 퀄 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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