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가 지나간 밭이랑에는 사람 무릎 길이 만큼 자랐던 마늘 줄기가 고르게 잘려있다. 줄기가 잘려나간 마늘밭 위로 또 다른 트랙터가 지나가자 땅 속에 묻혀 있던 통마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29일 경북 영천에서 ‘마늘 수확 기계화 모델 현장 연전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농촌진흥청이 마늘 수확 과정의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 마늘 줄기 절단기, 굴취 수확기 등 개선된 밭 농업 농기계를 선보인 자리다.
우리가 쉽게 마트 등에서 구입하는 마늘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작물이다. 특히 수확은 먼저 마늘 줄기를 제거하고 땅 속에 묻힌 마늘을 캐내 밭 위에서 이틀 정도를 머물게 한 후 장기 보관을 위한 건조 과정 등을 거친다. 마늘 수확은 아직 기계 보급이 저조한 탓에 대부분의 농가에서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농촌지역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가 농가 인구는 2020년 230만 명으로 연평균 3.54%로 지속해서 줄고 있다. 만65세 이상 고령 경영주 비율도 2000년 32.7%에서 2022년 63.2%로 급증했다.
벼 농사의 경우 기계화율이 99.3% 매우 높은 반면 밭 농업 기계화율은 2022년 기준 63.3%에 불과하다. 많은 일손이 필요한 마늘 파종과 수확 과정은 10% 안팎을 오가는 수준이다. 밭 농업의 기계화율이 저조한 이유는 작물의 종류가 많고 재배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간 농진청은 밭 농업 기계화를 위해 파종기, 정식기, 줄기절단기, 굴취기, 쉬집기 등 다양한 마늘‧양파용 농기계를 개발해 왔다. 앞서 개발된 마늘 수확기계는 수확 과정에서 마늘 뿌리에 붙은 흙이 털리지 않아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는 불편점이 발견됐다. 이에 뿌리 흙을 분리하고 이물질이 적게 섞이도록 수확기계에 ‘수집깊이 균일 제어 기술’과 ‘진동식 흙 분리 장치’를 적용한 새로운 모델이 이날 선을 보였다.
헌장에서 시연된 마늘 줄기 제거기, 마늘 굴취기 등은 40분에서 1시간반 내에 10a 면적의 작업을 완료하는 성능을 자랑한다. 사람 1명이 손으로 작업할 경우 수십시간이 걸리며 1시간 내에 작업을 끝내기 위해서는 수십명의 일손이 필요하다.
마늘 파종 역시 많은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사람이 직접 마늘 파종을 할 경우 1명이 10아르(300평) 기준 약 49시간이 걸린다. 이에 해당하는 인건비만 62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이를 기계가 대신하면 노동력은 98%, 생산비는 82% 줄일 수 있다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이날 농진청은 농기계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정리한 ‘마늘 기계화 표준 재배 매뉴얼’도 선보였다. 매뉴얼에는 농기계 사용 방법과 함께 종자 준비부터 저장까지 필요한 농기계 특징과 사용 방법을 정리해 농가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밖에 농기계 이용에 적합한 마늘 무멀칭 재배기술과 논 타작물 재배를 위한 무재료 땅속 배수 기술, 습도가 높은 수확 시기에 맞게 공기 순환과 습도를 제어할 수 있는 차압송풍예건 장치와 철망 펠릿을 이용한 저장기술 등도 선보였다.
마늘‧양파를 중심으로 ‘밭작물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형 확립과 보급확산’ 종횡무진 프로젝트를 추진한 농진청은 지난해 현장실증에 집중한 결과, 주산지인 창녕과 무안의 기계화 재배면적을 약 43%까지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완주, 홍성, 해남 등 권역별 주산지 중심으로 현장 실증을 확대하고 양파, 마늘 외에 감자 파종기, 배추 정식기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조재호 농진청장은 “지난 1년간 마늘 스마트 기계화 재배기술 실증을 추진하면서 항상 현장 의견을 우선으로 반영해 수많은 전문가와 재배모형을 개선해왔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실증과 개선으로 일손 문제를 해결하고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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