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정부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 의지를 보인 가운데 투자업계와 재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도록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법무부 및 금융위원회와 공청회를 ‘거쳐 의견 수렴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부총리는 “상법을 개정하는 방법과 반영하는 안이 여러 가지인 데다 미국과 법률 체계도 달라서 외국법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다”며 “여러 대안을 고민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법무부가 이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4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 역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름 뒤 상법 개정 관련 브리핑에서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은 “주주 보호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이런 규정이 생기더라도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에 그친다”며 상법 개정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최 부총리가 개정 필요성을 강조한 현행 상법 382조의 3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여기에 회사 뿐 아니라 주주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빠져 소액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주주의 비례적 이익’(주주로서 갖는 1주의 가치) 또는 ‘총주주’(전체 주주)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8일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 세미나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법제화를 통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1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기업설명회(IR)에서도 “개인 의견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무조건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도입 의지를 강력히 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업 밸류업 강화를 위해 주주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지적이 의식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무부가 어떤 스탠스로 바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선 ‘증시 밸류업’ 기대…기업는 ‘소송 남발’ 우려
정부가 멈췄던 상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다시 드러내면서 투자업계와 기업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상법 개정안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 될 경우 물적분할 후 상장, 불공정한 합병 비율 등 특정주주만을 고려한 사측의 의사결정에 따른 소액주주 가치 훼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들이 이같은 안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고 찬성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
한 행동주의펀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물적분할이나 합병 등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고 판단할 경우 주주들은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자회사 물적분할 후 상장, 불공정한 합병 비율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상충 사례가 줄어들면서,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밸류가 높아질 수 있다고도 말한다.
또 다른 펀드 관계자 역시 “개정안 도입 시 국내 지배주주가 있는 상장사에서 쪼개기 상장과 같은 소액주주와 이해상충 사례가 줄어들면, 이는 곧 자본비용 감소로 이어져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전반적인 국내 증시 밸류가 높아질 수 있다”설명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안 도입 시 소액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소액주주들과 대주주는 이해관계가 달라 이사 입장에서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안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상법 개정안 도입시) 소액주주들의 소송도 남발 될 수 있어 이를 우려한 이사들이 신사업 추진 등 경영 의사결정을 소극적으로 해 기업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사가 정상적인 경영판단을 했을 경우 책임을 면해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과 함께 경영 판단의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 충실 의무 상법 개정안 22대 국회서 논의
정부의 의지와 함께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 의무 상법 개정안은 22대 국회에서 논의되게 됐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용우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두 상법 개정안은 지난 29일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는 ‘상법 개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다. 정부는 다음달 중 공청회를 열어 법 개정과 관련한 각계 의견을 수렴 후 향후 의원입법 방식을 통해 개정안을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여전히 해외에선 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투자자 보호정책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며 “기업 밸류업에 있어서도 이사회 책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포함한 상법 개정안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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