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6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상승했지만, 미국·일본 등 주요국보다는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그나마의 상승 폭도 공매도 금지 효과보다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강세 덕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심화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이후(2023년 11월 3일~2024년 5월 29일 종가 기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은 각각 14.68%, 9.36%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6일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 전까지 국내에선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서서만 부분적으로 공매도가 허용됐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2368.34포인트에서 2677.30포인트로 13.05%(308.96포인트)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782.05포인트에서 838.45포인트로 7.21%(56.4포인트) 상승했다.
상승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 상승 폭은 미국과 일본 주요 지수와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성과는 아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0.68% 올랐다.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대형주 위주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각각 26.28%, 21.74%로 모두 20%대 상승률을 보였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는 14.07%로 코스피 지수와 비슷했다.
시장에선 공매도 전면 금지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 보고 있다.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상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주도한 AI·반도체 열풍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 기대감 때문이었다”면서 “공매도 금지는 별개 문제”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이 또한 빗나갔다. 외국인은 공매도 금지 기간 중 25조789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4조7440억원, 328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다만 공매도 금지가 없었다면, 외국인이 더 큰 규모로 순매수에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롱(매수)과 숏(공매도)을 동시에 하는 펀드라면 아예 한국시장에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많이 들어온 것은 맞지만, 공매도 금지가 없었다면 더 많은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 우려했던 외국인 이탈도, 기대했던 지수 급등 효과도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숫자만 놓고 보면 외국인의 매수세는 (시장이) 걱정했던 것보단 양호한 편”이라면서 “코스닥만 한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부진했던 이유는 IT 업체가 거의 없고, 시가총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차전지와 바이오 업황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장기화할수록 한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에도 공매도 재개 시점을 두고 대통령실과 금융감독원이 다른 입장을 밝히면서 투자자의 혼란은 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정부 정책 엇박자 논란을 진화하고 나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조치 당시 금융시스템 위기가 아니었고, 오히려 모건스탠리(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 전면 재개를 검토했었던 상황”이라며 “툭하면 입장이 바뀌는데 이럴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 혼란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이야말로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과 반대되는 행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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