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이익 99.6% 감소
연내 금리 인하 전망에
실적 개선 기대감 유효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채권 운용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으로 시장금리가 반등하면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인 만큼,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분기 누적 채권 평가이익은 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6%(1조2160억원) 급감했다.
이는 해당 기간에 발생한 손실충당금 변동분을 가감한 것으로, 이자 수취와 매매 차익 목적으로 보유한 채권이 대상이다. 은행은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내주고 남은 여유자금을 신용도가 높은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운용해 위험을 분산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192억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1년 전 2371억원의 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밖에 ▲신한은행(3717억→196억원) ▲국민은행(3219억→31억원) ▲하나은행(2907억원→19억원) 등도 일제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10월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9%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 미국의 경제지표가 견고하게 나타나자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에 따라 국내 국공채 3·5년물 금리도 지난해 초 3% 초반대에서 지속 상승해 같은 해 10~11월에는 4%를 넘어서기도 했다.
은행들이 지난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채권 비중을 확대했는데 시장금리가 뛰면서 평가손익에도 일부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보유한 채권의 가격은 하락한다.
실제 4대 은행의 관련 채권 규모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160조7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10조9624억원) 증가했다. 국민은행이 40조5189억원으로 12.2%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은행(36조8927억원·9.4%) ▲우리은행(34조7631억원·6.4%) ▲신한은행(48조5953억원·2.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채권 평가손익의 개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주요국들이 연내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평가손이란 게 기본적으로 채권 매입과 평가 시점의 금리 영향을 받는다”며 “채권 구성 등을 따져봐야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금리가 떨어졌을 때 매입했는데 하반기에 미국의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로 금리 레벨이 높아지자 평가손실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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