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겹친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배터리·태양광 국내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받는 기업 중에는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기업도 다수 확인됐으며 막대한 투자로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중국과 가격경쟁에 돌입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9일 SK온 IR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1분 영업이익률은 -20%로 지난해 1분기 -10%와 비교해 2배 악화했다.
미국을 주요 생산 거점으로 하는 SK온이 지난해 미국 정부가 책정한 보조금 6170억원을 재무제표에 계상하고도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SK온 측은 판가 하락과 판매량 감소를 1분기 영업이익률 감소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도 7.2%에서 2.6%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IRA 보조금을 계상하지 않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0.5%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들의 생산단가 이하로 배터리셀이나 부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가격에 디플레이션을 발생했으며,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중국의 전기차 전문 미디어 CnEVPos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구매 가격은 Wh(와트시)당 0.4위안(약 184.65원)으로 지난해 6월 CATL의 판매 공시가격인 Wh당 0.8~0.9위안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여름에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Wh당 0.32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산단가에서도 중국 기업이 국내 기업보다 20%에서 최대 50%까지 저렴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미국 가정용·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면서, IRA 보조금 대상인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하 한화큐셀)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8.8%로 양호했던 한화큐셀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9.1%로 돌아섰다.
미국 내 공장과 비교해 생산 단가가 절반 수준인 중국산 저가 태양광 모듈이 시장을 점령하면서 한화큐셀 등 주요 기업들의 수익률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화샤 에너지 네트워크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 모듈 제조원가는 미국 내 다른 기업들의 제조원가와 비교해 약 50% 저렴하다.
한화큐셀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가 없는 유럽 시장에서는 사실상 국내 기업이 퇴출당한 상황이다. 값싼 중국산 모듈과 경쟁해 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판매를 두고 중국과 경쟁 중인 현대자동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도 8.7%로 전년 동기 9.6%와 비교해 0.9%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저가 공세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이제 회복기에 들어선 반도체 업계로도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 11월까지 중국의 저가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중국 내 1위 칩 제조업체 SMIC는 올해 1분기 이익률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 자오하이쥔 SMIC 대표는 올해 생산량은 더 늘리면서 가격은 낮출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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