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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광장] 장애인 24년 발목잡은 법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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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휠체어 타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을 수 있는 평지 환경을 찾다가 서울 상일동역 근처로 이사 간 게 2011년이다. 서울에서도 보기 드물게 엘리베이터가 단 한 대도 없는 역이란 게 걸렸지만 학교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그러나 아이가 크면서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없다 보니 학교 체험학습을 갈 때 친구들과 함께 이동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나마 있는 휠체어 리프트는 위험하고 고장이 잦았다. 이에 이사 가자마자 엘리베이터를 지어 달라는 민원을 수차례 냈다. 돌아오는 답변은 이런 요지였다.

“상일동역 주변 아파트 재건축할 때 엘리베이터를 만들게 되는데요. 저희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지었다가 혹시라도 나중에 헐고 다시 짓게 되면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어서요.”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감사 가능성을 수천명의 시민 불편 해소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 믿기질 않았다. 상일동역 첫 엘리베이터는 역 주변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2019년에 생겼다. 주변 아파트 기부채납 덕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역이 생긴 지 무려 24년 만이었다.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했을까? 교통약자법에서 도시철도에 엘리베이터, 리프트 중 하나만 있어도 ‘필요한 편의시설을 갖춤’ 요건에 속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법 해석과 비용 집행이 수천 명 이동약자 주민의 발목을 24년간 잡은 것이다.

휠체어가 쉽게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매장 앞 경사로 확산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장애인등편의증진법이 2022년 개정되며 동네 소규모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기준이 300m²(약 90평) 이상에서 50m²(약 15평) 이상으로 바뀌었다. 얼핏 보기엔 면적기준이 대폭 강화됐는데도 여전히 휠체어 유아차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신축, 증축, 개축하는 경우에만 의무설치 기준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성수동의 경우 휠체어 접근가능 장소 비율이 10%에 불과하다. 법이 바뀌었는데도 획기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법이 찔끔찔끔 바뀌면서 2022년 이후 새롭게 법적용을 받게 되는 건물주나 상점주들은 ‘되도록이면 이 의무를 피해가야겠다’고 방어적, 소극적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달팽이처럼 느린 이런 인식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경사로 등의 편의시설이 ‘더 많은 사람에게 득이 된다’는 인식 확산이 중요하다. 무의가 경사로 설치 프로젝트명을 ‘모두의1층’ 이라고 이름지은 이유다. 경사로로 캐리어 든 관광객도 들어오고 매장 아르바이트생도 카트를 끌고 식자재를 이동시킬 수 있다.

둘째, 실제 현장 변화에 있는 주체를 설득해야 한다. 기업 참여, 특히 음식점, 카페 등의 소매매장 운영기업 변화는 중요하다. 가맹점 인테리어에 대한 내부 규정을 약간만 바꿔도 큰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의가 서울시와 함께 하는 ‘모두의 1층 X서울’프로젝트에 프랜차이즈 기업이 참여하는 건 이런 의미에서 뜻깊다. 기업 차원에서도 고객 다양성 확대, 가맹점 종사자 노동환경 향상 측면 대응이 된다.

셋째, 현장에서 실제 변화를 만드는 전문가 참여가 중요하다. 편의시설 설치를 하러 나가면 수월하게 설치 가능한 곳은 10곳 중 한 곳도 안된다. 구청에 도로점용 허가를 받거나, 보강공사 필요성 등 현장 상황에 맞추어야 한다. 현재 모두의1층 팀에는 3명의 뜻있는 건축사들이 모여 있다. 한국도 더 많은 건축기업이나 전문 건축사들이 장애접근성 확대에 적극 참여해 ‘법적 기준만 간신히 채우는’ 수준을 벗어났으면 한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가 ‘경사로 설치 및 장애고객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곧 만들어 배포하고 성동구가 ‘경사로 설치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자체의 움직임은 시민의식 변화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된다.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같은 편의시설 설치와 특정 사용자를 위한 복지가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이롭기 때문에 시민, 기업시민, 정부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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