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30일 출범하는 22대 국회에 반도체·2차전자·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지원 강화를 요청했다. 첨단기술은 대규모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세액공제 일몰기한 연장과 현금 환급 등 직접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허용 및 의무 휴업 제도 개선,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폐지, 중대재해처벌법 등도 요구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새로운 국회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경영 리스크를 키우는 ‘모래 주머니’를 풀어 주길 바란다는 요구다.
29일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22대 국회에 첨단기술 투자 확대, 기술 연구개발(R&D)지원 확대, 노사개선 선진화 등의 규제 개선을 요구했다. 우선 올해 연말 종료되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일몰을 오는 2027년까지 연장해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환경이 안정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기업이 반도체·2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수소차 등 7대 분야 국가전략기술에 투자할 때는 일반 기술보다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라 업계 우려가 큰 상황이다.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 적자가 발생한 기업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거나 미사용 공제액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하다. 첨단산업은 이익이 날 때까지 오랜 시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데 기업이 적자를 내면 ‘깎아줄 세금’이 없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해 투자 활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처럼 첨단산업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현재 미국, 대만 등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전력, 용수,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고 있는데 한국은 인허가는 물론 시설유치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과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대형마트와 준대형 점포는 매월 2일의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받고, 이는 온라인 구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 마켓컬리,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은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근로시간의 경우 현행 주 단위에서 월, 년 단위로 넓혀 기업, 근로자의 근로시간 자율성을 확대해야 하는 제안도 있다. 기업의 경기상황, 근로자의 육아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연장근무 관리가 더 유연해질 수 있다.
경영자와 법인의 형사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22대 국회에서 개선해야 할 규제다.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강화한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경영자의 책임범위가 불명확하고, 원청사업주 판단기준이 모호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형사처벌 시 받게되는 벌조항이 형법상 고의범에 적용되는 징역형과 동일해 법조항이 경제계에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경영권 안정을 위해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은 폐지하고, 지주사의 인수합병(M&A)활성화를 위해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산업계는 21대 국회는 기업들의 첨단산업 투자 의지를 꺾고, 노사관계 선진화와 경제활력 회복이라는 거시적인 안목보다 노동권 및 개별 근로자의 권리 강화에만 편중됐다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21대 국회는 4년간 총 284건의 고용노동법안을 처리했지만 기업들이 최대 애로사항으로 호소한 ‘노사관계 선진화’ 법안은 외면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사고 사전 예방이 아닌 경영자의 형사처벌에만 방점이 찍혀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저성장 기조와 3고(환율, 유가, 물가) 현상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만큼 22대 국회는 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경제 회복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최근 미국과 일본은 자국내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중국은 이미 일부 주력 업종에서 한국을 추월하는 등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기업의 투자 확대와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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