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현 LG에너지솔루션 인사 담당 상무가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원티드 하이파이브 2024’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HR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남주현 상무는 ‘성장하는 (대)기업의 HR 챌린지’를 주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공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남 상무는 2020년 12월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 출범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은 굉장히 핫한 회사가 됐지만 처음 분사하던 시점에는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남 상무가 정의한 LG에너지솔루션의 초창기는 ‘외형은 전통적인 국내 대기업, 실체는 한치 앞을 모르는 스타트업’이다. 배터리 시장이 주목받기 전이었던 만큼 불확실성은 크고 해야 할 일은 많아 합류하려는 구성원이 극히 일부였다는 것.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기업과의 합작 법인을 설립, 해외 공장을 가동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시행착오가 많은 시기, 해외로 투입된 직원들의 불만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남 상무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남겨진 임직원들의 불만 게시물을 직접 공개하며 운영 체계가 불안정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나누는 느낌이나 체계가 없다’, ‘퇴근 좀 합시다’, ‘일 잘하면 죽는다’ 뭐 이런 내용인데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헌신적인 사람들을 투입하면서 문제들이 계속됐습니다. 저희가 폴란드 공장의 수율이 안 나왔을 때 300여 명의 주재원을 투입했거든요. 사실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직원들이) ‘이건 군대를 다시 가는 거다’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당시 폴란드 주재원 퇴직율이 46%였습니다.”
이처럼 HR에 어려움을 겪었던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는 3만 5천 명의 글로벌 직원과 함께 세계적인 이차전지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HR 전략은 무엇일까. 남 상무는 “한국의 인사 제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편에 속한다. 이 방식을 해외에서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라고 회상했다.
경영진과의 논의 끝에 남 상무가 내린 결론은 규율과 제도를 지키되, 인사는 사람 중심이 아닌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자는 것. 직무중심 인사는 개인의 특성보다는 주어진 역할과 업무 관련 데이터를 중심으로 인력을 관리하는 일을 말한다.
남 상무는 “각 해외 법인의 HR 데이터를 본사에서 끌고 당길 수 있도록 만들어 전사에 공통된 부분과 자율권을 주는 부분을 정리해 나가고 있다”면서 “직무 체계를 빠르게 정비하고, 역량 진단을 거쳐 전사 데이터를 만들었다. 각 직무에 맞게 페이 밴드를 다시 만들고 현재 시장 대비 임금이 적은 이들에게 제대로 임금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높은 퇴직률이 잡히더라”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처럼 인사 제도가 빠르게 변화할 수 있었던 배경엔 경영진의 지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남 상무는 “실제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해외 공장이나 사업장을 다니면서 페인 포인트를 수집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LG 그룹사에 공통되는 복리후생의 이론들이 많이 깨지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강연의 끝자락에서 남 상무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떤 조직이든 성장 단계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을 하고 있더라도 실제로 우리의 매밀매일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고, 큰 프레임이 될 수도 작을 프레임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저에게는 결국은 우리가 승리할 것이란 믿음이 있습니다.”
한편, 원티드 하이파이브 2024는 원티드랩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고민이 많은 직장인을 위해 마련한 컨퍼런스다. 28·29일 양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렸으며 첫 날은 HR 담당자를 위한 ‘HR데이’, 둘째 날은 ‘새로운 일과 새로운 관점으로 일을 통해 성장하는 법’을 주제로 한 ‘메이커스 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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