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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특별법)’에 대해 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주무 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재의요구 사유는 개정법률안의 집행이 곤란해 피해자들의 희망하는 신속한 피해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혼란과 갈등이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전날에 이어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장관은 지난 28일 전세사기 특별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히며 신속한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박 장관은 “개정안은 공공에서 피해자들이 보유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해 최우선변제금 이상의 가격으로 매입하고 그 대금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골자”라면서 현실적으로 집행하기 힘들다는 점을 토로했다.
국회 재의 요구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채권 가치의 평가의 어려움이다. 박 장관은 “서로 병합하는 채권자가 몇 명이나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들이 가진 권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지기가 어렵다”면서 “가격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매수자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환 채권의 가치를 미리 산정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들도 토론회 등을 통해서 향후 낙찰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고 개인의 채권 관계까지 접근할 수가 없어서 보증금 반환채권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두번째는 가치 산정을 했다고 해도 제시된 가격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박 장관은 “도로·철도 등 SOC 개발이나 택지지구 개발의 사례를 보면 편입되는 부동산의 가격을 산정하고 협의를 거쳐 취득하는 데 사업자와 소유자 간의 이견으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면서 “만약 공공기 채권의 가치를 낮게 산정하였다고 느낀다면 피해자들이 이를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며 공공과 피해자 사이의 채권의 가격을 두고 불필요한 분쟁만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는 예산이다. 올해 주택도시기금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대한 예산이 반영돼 있지 않다.
박 장관은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의 청약저축에서 빌려온 재원인 만큼 이를 활용하는 데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신속한 지원을 위해 추경을 통한다고 하더라도 편성까지의 사회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정안이 주장하는 신속한 구제라는 목표가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 경제법률 시스템은 전세사기와 같이 다수의 채권이 경합하는 경우에는 경매·공매라는 절차를 거쳐서 그 가치가 확정되도록 하고 있다”면서 “사회의 기본 시스템을 벗어나는 초법적인 내용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혼란과 갈등만 증폭시킨다”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국회 본회의 전날인 27일 국토부가 발표한 경·공매 시스템을 활용해 경매의 차익으로 피해를 보전하고 피해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춘 해결 방안이 오히려 신속한 피해구제의 현실적인 방안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 방안을 적극 활용하면 피해자가 LH공사 등과 우선매수권 양도와 공공임대주택 입주, 그리고 경매 후 경매차익 환급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즉시 주거 안정과 경매차익 환급 약속이라는 구제를 바로 받을 수 있다”면서 “논의의 초점은 피해를 구제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가급적 많은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느냐의 방법론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이 법안은 이날 재표결이 없다면 21대 국회 임기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1대 국회 재의요구안을 22대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다.
국토부는 30일부터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 특별법 ‘정부안’을 새로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2대 국회의 원 구성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수 있어 국회가 새로 제출된 특별법 개정안을 언제 심사·표결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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