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딸이 셋이예요. 성과금 못받아 대리기사 뛰고 있어요. “
삼성전자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관계자 중 한 명이 호소했다. 지난해 반도체 적자로 사측으로부터 받는 성과급이 사실상 ‘0원’이 되자 투잡을 뛰고 있다는 것이다.
55년간 무파업을 달성한 삼성전자의 기록이 다음달 깨진다. 전삼노가 지난 28일 사측과의 8차 본교섭이 어긋난 것을 빌미로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선언했다. 반도체 사업부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대규모 파업 사태로 확산된 가운데 그 배경과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오전 전삼노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7일 조합원들이 단체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삼노에 소속된 노조원은 2만8000여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약12만명)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사측이 교섭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즉각 파업에 임한다”며 “모든 책임은 노조를 무시하는 사측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전삼노의 이번 파업 선언은 전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진행된 임금협상 ‘제8차 본교섭’에서 노조원이 반대한 사측 교섭위원 2명이 참여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전삼노는 해당 교섭위원 2명이 노조위원장을 밀쳤던 경험이 있기에 교섭장에서 배제해달라고 공문을 통해 사측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결국 전삼노와 사측 교섭위원들은 제대로 안건을 다뤄보기도 전에 고성이 오가며 대화가 중단됐다.
이날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삼성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면 가해 추정자와 피해 추정자를 분리하는데 우리가 (사측 교섭위원을) 신고했음에도 같은 자리에 동석하게 했다”며 “당한 사람 입장에서 그분이랑 대화도 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 아니냐. 삼성, 너무 못됐다”라고 말했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 24일 같은 장소에서 문화행사를 앞세운 단체행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 참여한 노조원만 약 2500여명에 달한다.
전삼노가 요구하는 것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투명한 성과금이다. 전삼노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 실적 악화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인 DS(디바이스솔루션) 부서 직원들의 성과금이 사실상 0원이 되면서 연봉의 약 30% 이상이 줄어들기에 손해가 크다는 입장이다.
이날 손 위원장은 “올해 DS사업부에서 영업이익이 11조원 났는데도 사측은 EVA 기준 성과금 0% 지급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경쟁사인 LG와 하이닉스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운영중인데 직원들에게 조금도 더 나눠주기 싫다는 거 아니냐”라며 비판했다.
이어 이 부위원장은 “사측의 일방적인 태도를 보면 우리 직원들은 여전히 무시 당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성과급 제도를 정당하고 투명하게 개선해달라는 게 왜 과한 요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에 대해서도 속사정을 토로했다.
이 부 위원장은 “삼성이 경영위기인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한다고 우려들 하시는데 직원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이라며 “오죽하면 경력직 이탈 등 유능한 인력이 다 나가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냐”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말 삼성이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해 잘못한 걸 경영진이 책임 안지고 노조한테 이렇게 대하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전삼노 구성원들이 단체 파업에 들어가는 날은 다음달 7일이다. 이날을 파업 시행일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전삼노 관계자는 ‘직원들이 휴가 쓰기 가장 좋은 날’로 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삼노는 단체 파업 외에 삼성전자 서초사옥앞에 설치된 노조 탄압 중지 홍보 버스와 홍보 트럭으로 24시간 농성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원들이 버스에서 숙박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지속해서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 후 이같은 홍보 차량 설치에 대해 경찰들이 문제 삼으며 전삼노 관계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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