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4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합계출산율은 전년 동기보다 0.06명 낮은 0.76명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역대 최저 수준이다.
1분기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올해 합계 출산율이 0.6명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국내 출산율은 1분기에 가장 높고 2~4분기로 이어지면서 하락하는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 추세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지난해 하반기에 혼인 건수가 많았던 만큼 지켜볼 여지는 있다”고 했다.
출산율이 지속해서 곤두박질치자 그동안의 정부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저출산 극복을 위해 380조원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출산율 반등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06년 당시 1.1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까지 추락했다.
정부도 출산율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기존 단순 ‘현금 지원’ 방식을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존 정책에 대한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재정지출 중심이 아니라 여러 구조개혁이나 국민 인식변환도 같이 가야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행정부처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저출생위기대응부로 신설 의지를 밝힌 바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저출생수석실 신설을 지시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최근 “제가 몸담고 있는 저고위와 관계부처들은 향후 10년이 저출생 대응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저출산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순 돈풀기 정책이 아닌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구경제학자로 유명한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출산에만 함몰된 정책이 아닌 종합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청년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이 없으면 출산을 하지 않는다”며 “돈만 부을 게 아니라 미래를 고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도 “출산지원금 확대로 출생아수가 증가했던 지자체들은 그 효과가 사라지고 오히려 빠른 감소를 보이고 있다”며 “단기적 단발적 지원보다는 일관성으로 신뢰를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주거 정책과 고용 정책, 지속 가능성 제고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전 교수는 “청년을 위한 주거 정책과 고용 정책에 대한 재구성이 저출산 정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고용 정책과 임금 제도가 미래세대에 불리하게 돼 있다. 성과급 중심으로 바꾸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도 “저출산은 일자리, 주거, 교육 등 구조적 문제가 더 큰 원인”이라며 “구조적 문제의 해결이나 완화 없이 몇몇 지원으로 출산으로 유도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 확대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아이를 어머니가 주로 양육하는 시스템이기에 육아 정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지금의 수준보다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직장마다 환경이 크게 다른 만큼 사각지대를 찾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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