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사상 처음 파업 선언…민주노총 끌어들여 의지 관철 비판
노사 상생 문화 뒷전…초기업 노조 “민노총 조직화세력에 결탁” 지적
작년 15조 적자 삼성 DS부문…노조 리스크로 경영난 가중 우려
삼성전자 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했다. 2만8400명의 조합원을 동원하는 노조 행보에 삼성의 경영 위기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마저 “민주노총 조직화 세력에 결탁”하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이날 오전 11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사측의 2023년·2024년 임금교섭 병합 조건으로 교섭을 타결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양보했으나 사측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노조를 무시했다. 전삼노는 이 순간부터 즉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이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은 햇수로만 3년을 끌고 있다. 2022년 12월 노사 상견례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2023년·2024년 임금협상을 병합하기로 한 뒤 올해 1월부터 다시 교섭에 돌입했다.
이후 전날인 28일까지 8차례 임금·복리후생 교섭(본교섭 6회, 대표 교섭 1회, 실무교섭 1회)을 진행했으나 이견만 확인한 후 끝내 결렬됐다. 추후 교섭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파업은 우선 전국 삼성전자 사업장에 소속된 2만8400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6월 7일 단체 연차 사용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전삼노는 쟁의행위(파업) 확보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조합원 74.0%가 찬성,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노조는 1차 파업 외에도 다른 계획을 마련해놨다며 단계를 밟아 총파업까지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과급 기준을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가 아닌 영업이익으로 바꾸라고 촉구했다.
노조의 단체행동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당연한 권리다. 다만 전삼노가 이해 당사자간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면서까지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것은 다른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전삼노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한 지난달 8일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전삼노는 지난 24일 서초사옥 앞에서 진행된 단체행동에서 금속노조에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양측의 밀월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금속노조 19만 조합원과 함께 전삼노를 지지한다. 금속노조는 상급 단체를 넘어 삼성 노동자 투쟁을 함께 하겠다”고 지지발언을 했다. 일련의 행동을 미루어보면 전삼노의 상급단체 변경 수순 추정이 가능하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금속노조와 연결돼 있지 않은 상태로,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에 속해 있다.
그 외에 삼성그룹 내 노조인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DX노동조합(5노조) 등은 상급단체가 따로 없는 독립된 기업별 노조로 구성돼있다.
이처럼 노조가 각 관계사 상황에 맞는 자치적 운영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삼노 집행부가 민주노총과 결탁, 파업을 지렛대로 회사를 압박하는 것은 노사가 당초 원했던 상생 문화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날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 노조)은 입장문을 내고 “전삼노 집행부는 사전에 조합원 동의 없이 상급단체(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조직화세력에 결탁했다”며 “민주적이고 자주성 있게 운영돼야 하는 노동조합 근간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초기업 노조는 또한 전삼노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도 타 노동조합을 어용노조라고 표현하며 비방, 노노갈등을 야기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다음날인 29일에도 초기업 노조는 “최근 (전삼노) 행보와 민주노총 회의록을 보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등 노노갈등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초기업 노조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전삼노는 “다른 노조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강성노조인 민주노총과 결탁하고 노노갈등을 야기하는 전삼노의 행보는 삼성전자의 경영 회복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기술 개발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TSMC를 하루라도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데, 오히려 회사 발목을 잡아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미래사업기획단장에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을 위촉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회사는 전영현 부회장 선임 이유에 대해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하며 ‘반도체 위기’ 상황임을 공식 인정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작년 15조 적자라는 부진을 만회하고 HBM 강자 타이틀을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도 GAA(Gate All Around) 3nm 이하 선단 공정에서 수율을 높이고 고객사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배들의 땀과 눈물로 일궈낸 삼성 반도체 경쟁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전 임직원이 합심해 위기를 넘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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