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은행권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창구인 ‘은행채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다. 다소 주춤한 가계대출과 달리,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는 기업대출 공급을 위한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는 자체적 진단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투자용 자금이자 대출 공급의 ‘시드머니’로 분류되는 저원가성 예금의 감소 또한 은행채 발행 증가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은행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기업대출 증가, 저원가성 예금 감소세의 여파로 당분간 은행채 발행량 확대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럴 경우 은행채 금리 오름세에 따른 대출 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대출 차주들의 고민은 다소 깊어질 전망이다.
두 달 연속 순발행 ‘가시화’
29일 은행업계와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집계된 은행채 순발행액은 4조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발행액은 채권 발행액에서 만기가 도래한 채권의 상환금액을 뺀 수치를 의미한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은행채 시장은 순상환 기조를 이어갔다. 순상환은 소위 ‘마이너스(-) 순발행액’으로 쉽게 말해 상환 규모가 발생 규모보다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발행 채권 중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상환을 위한 목적의 발행을 했을 뿐 실제 신규 자금조달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은행채는 4조9070억원, 2월에는 4조2042억원 씩 모두 순상환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3월에도 이어졌는데 다만, 3월 순상환액은 1조3503억원으로 전월 대비 70%가량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흐름이 뒤바뀐 건 2분기부터다.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은행채는 기존 순상환에서 순발행으로 전환됐다. 실제로 지난 4월 1일부터 말일까지 은행채의 발행액은 21조7200억원, 상환액은 11조2204억원으로 총 10조4996억원이 순발행했다. 특히 당시 은행채 순발행액은 같은 달 발행된 전체 채권 종목 가운데 국채(34.7%)에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달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는 추세다. 이달 초부터 28일까지 은행채 발행량은 16조3100억원, 상환액은 12조600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은행채의 ‘순발행’ 기록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2분기들어 은행채가 순발행으로 전환된 데는, 기업대출을 포함한 전반적인 대출 공급 활성화를 위한 은행권 내 자금조달 필요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각각 5조1000억원, 11조9000억원 늘어났다. 특히 기업대출 중에서도 대기업 대출(6조5000억원)의 증가가 전반적인 기업대출 확대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기업들의 대표적 자금조달 창구인 일반 회사채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발행 규모는 4조3270억원으로 전월(4조6420억원) 대비 7%가량 감소했다. 이마저도 발행 물량 중 상당 부분은 기존 채권의 상환 목적으로 발행되는 등 전반적인 회사채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는 것 또한, 기업대출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제고에 은행채 물량도 ‘껑충’
은행업계에서는 이 같은 은행채 발행량 확대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조달을 위한 기업들의 대출창구 방문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은행권 내 ‘저원가성 예금’의 감소다. 소위 ‘0%대 금리’를 제공하는 저원가성 예금은 은행권의 대표적인 유동성 창구로 분류된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해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은 있지만 이자 조달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잔액규모도 커 대출 공급 확대를 위한 핵심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즉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약 616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647조원) 대비 한달 새 무려 31조원 가량 줄어든 수치다.
업계에서는 지난 4월 중 진행된 주요 대어급 기업공개(IPO)에 따른 증거금 감소, 그리고 주식‧ 가상화폐 등 주요 투자처로의 자금 이동 확대의 여파가 이같은 저원가성예금의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7월로 예정된 은행권 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강화의 영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LCR이란 향후 30일간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이다. 여기서 고유동성자산이란 현금화가 용이한 유가증권, 예치금 등 초단기 자산을 의미한다.
애초 금융당국은 은행권 내 LCR을 100% 이상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100%의 의미는 향후 한 달간 빠져나갈 돈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더 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뱅크런 등 예상치못산 대규모 자금이탈 상황에서도 은행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의 수행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LCR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기존 100%였던 규제 비율을 95% 수준까지 낮춘 바 있다. 전반적인 유동성 위축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의 과도한 자금조달이 자칫 일반 기업들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자금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현재 금융당국은 오는 7월을 기점으로 LCR 규제를 기존 95%에서 97.5%로 높인다. 쉽게 말해 은행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합법적으로 더욱 확대되는 셈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다만, 현시점에도 은행권 내 LCR은 대부분 100% 이상으로 조달 자금 규모를 무리해서 급격히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은행채 발행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 우려에 은행채도 ‘속도조절’
은행권에서 LCR규제 완화, 기업대출 급증에도 은행채 발행 확대에 신중한 입장인 이유는 바로 ‘금리’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은행채는 채권 중에서도 ‘고우량채’로 분류되는데, 은행채 발행이 증가할수록 여타 채권 발행량이 감소하면서 은행채로의 ‘채권 쏠림현상’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채의 경우 발행량이 늘어나면 금리가 내려가는 여타 채권과 달리, 발행량이 증가할수록 금리도 올라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은행채 금리도 높아지는데, 당장 은행채 금리를 추종하는 고정금리의 인상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기준 고정금리의 준거로 활용되는 은행채(5년물‧AAA기준) 금리는 3.768%로 일주일 전(3.742%) 대비 소폭 상승했다. 물론 이달 초인 지난 2일(3.912%)과 비교하면 다소 금리가 낮아졌지만, 최근 몇 달간 꾸준히 하락하는 흐름을 보여온 은행채 금리가 최근 들어 반등의 조짐을 보이는 건 눈길을 끈다.
실제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4일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27%~5.737% 수준에 형성돼있다. 이는 이달 초(연 5.77%‧상단 기준)보다는 다소 하락했지만, 연 5.6%대 후반이었던 지난달보다는 소폭 올라간 수치다.
- 슈퍼 엔저 언제 끝나나?…일본 기업도 아우성
- “키움증권 밸류업 공시 C학점…자본비용, TSR 빠졌다”
- 롯데건설, 안양 종합운동장 북측 재개발 수주…공사비 4315억
- 펄어비스 검은사막, ‘텐센트’와 손잡고 中 진출
- “단지, ~할 용기”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50주년 에디션 선봬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