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전력기기, 냉각시스템 등 연관 분야로 투자자의 관심이 넓어지면서, AI와 무관한 듯 보였던 상장지수펀드(ETF)도 AI 후광을 누리기 시작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경기소비재 ETF는 전날까지 최근 한 달 순자산가치(NAV)가 3.28% 늘었다. 최근 1년 기준으로는 NAV가 9.21% 줄었으나, 이달 들어 반등했다. SOL 자동차소부장 ETF 역시 최근 1개월 NAV가 4.92% 증가했다.
LG전자 주가가 들썩이면서 LG전자 주식을 담고 있는 ETF의 전체 NAV가 올라간 것이다. 이 ETF들은 기초 자산 중 LG전자 비중이 가장 크다. LG전자 편입 비중은 KODEX 경기소비재와 SOL 자동차소부장Fn이 각각 19.87%, 10.48%다.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과 전장(자동차용 전기·전자장비)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ETF에 담았다.
정작 LG전자 주가를 자극한 것은 AI 열풍이다. AI산업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투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냉각 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초대형 냉방기 ‘칠러(Chiller)’는 해외 시장에서 최근 3년간 연평균 40%에 육박하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내 대형 데이터센터에 냉각시스템을 공급하는 첫 계약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AI 수혜주로 꼽힌 LG전자 주가는 지난 27일부터 이날 오전 10시 50분까지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11만원 선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HANARO 원자력iSelect를 비롯해 ACE 원자력테마딥서치,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 등의 ETF 등도 이름과 달리 AI 덕을 더 많이 봤다. 이 ETF들은 기초자산 중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주식 비중이 크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주가가 올해 들어 3배 넘게 뛰면서 ETF 수익률을 견인했다.
전력기기 사업 역시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생성형 AI용 데이터센터의 변압기 용량은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20배 많아 관련 투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서다.
앞으로도 AI 수혜 업종 찾기가 활발할 전망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냉각 시스템 매출 비중이 70%가 넘는 버티브 홀딩스도 올해 들어 주가가 2배 넘게 올랐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가 나온 뒤 시장은 데이터 훈련에 적합한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데이터센터에 주목했고, 올해는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전력으로 관심이 옮겨갔다”며 “앞으로 전력 비용을 고려하면 냉각 시스템과 같은 인프라 기업과 AI 접근성을 높여주는 디바이스 기업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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