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자동차 담보대출(오토론) 잔액이 1년 새 8700억원 이상 줄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오토론 수요가 줄어든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2금융권과 비교해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사도 자동차 금융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시중은행의 오토론 점유율은 더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4월 말 기준 오토론 잔액은 2조7767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6543억원) 대비 8776억원 급감했다. 시중은행 오토론 잔액은 지난 2018년 5조2274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21년 5조380억원, 2022년 4조165억원 등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시중은행 중 오토론 취급 자체를 중단한 곳도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2020년 ‘채움오토론’을 중단한 후 1년 뒤 ‘오토론 전환대출’ 판매를 종료했다. 지난 2022년부터는 마지막 남은 ‘NH간편오토론’마저 판매를 중단하며 오토론 상품 자체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에 물가상승까지 겹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나 전세대출 등 필수재 관련 대출은 수요가 높지만, 자동차처럼 필수재가 아닌 상품 대출은 감소하는 것이다. 전날 기준 4대 은행의 오토론 금리는 신차 기준 5.34~7.17% 수준(국민·신한은 금융채 6개월, 하나·우리는 신규 취급 코픽스 6개월 기준)이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자동차 금융 시장 강자인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자산도 10년 만에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할부금융을 취급하고 있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관련 자산은 9조6387억원으로 전년(10조6909억원) 대비 9.8% 줄었다.
시중은행의 오토론 잔액 감소는 외부 요인도 있지만 상품 경쟁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 오토론의 경우 지난 2018년 10월부터 총DSR 산정에 포함됐다. 반면 오토론과 비슷한 카드·캐피탈사 등 2금융권 자동차 할부금융은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도의 경우도 시중은행은 지난 2019년에 6000만원으로 낮아졌으나 카드사는 1억원이며 대출 이력도 남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사까지 자동차 대출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시중은행 오토론 점유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자동차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에서 신차, 중고차 등 자동차 구매를 위해 받은 대출 전액을 케이뱅크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다. 같은 해 10월 카카오뱅크도 중고차 구매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핀테크사들은 대출 비교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동차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는 지난해 4월 핀테크업계 최초로 자동차 리스 및 렌트시장에 진출했으며 지난달 1일에는 전북은행과 손잡고 오토론 상품을 선보였다. 카카오페이는 ‘신차 사고 캐시백 받기’를 통해 신차 구매 시 카드 일시불 캐시백 혜택과 할부 금리 비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등이 이어지고 DSR 규제도 받는 만큼 금리 경쟁력이 크지 않아 시중은행 오토론 영업에 한계가 있다”며 “아울러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오토론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금융사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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