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LG전자가 튀르키예 아르첼릭(Arçelik)과 에어컨 생산을 위한 합작 계약을 2031년까지로 7년 연장했다. 생산 품목도 추가하고 시너지를 강화한다.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모두 가까운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누빈다.
아르첼릭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공시플랫폼(KAP)을 통해 “LG와의 파트너십 만료일을 2024년 12월31일에서 2031년 12월31일로 늦춘다”고 밝혔다.
아르첼릭은 튀르키예 최대 기업인 코치그룹 산하 가전회사다. 튀르키예 가전 시장에서 점유율 50% 안팎을 올리고 있다. LG전자와는 20년 이상 인연을 맺었다. 양사는 지난 2000년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 5000만 달러(약 680억원)를 쏟아 연간 30만 대 규모의 에어컨 합작공장을 준공했다. 현지에서 튀르키예가 가진 브랜드 파워와 LG전자의 에어컨 기술력을 합쳐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르첼릭 45%, 코치그룹 5%, LG전자 50%의 지분을 가졌다.
양측은 올해 합작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추진했다. 협력 범위도 확대했다. 기존 가정·상업용 에어컨(RAC·CAC)에 이어 내년부터 VRF(Variable Refrigerant Flow) 시스템 에어컨도 생산하고 독점 판매 권한을 아르첼릭이 갖는다. VRF는 냉매량을 조절해 같은 냉매 배관에 여러 대의 실내기나 실외기를 연결할 수 있게 하는 공조 시스템이다. 기존 에어컨 시스템 대비 우수한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고 설치 면적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중앙에 있다. 작년 기준 8626만 명으로 유럽 지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평균 연령은 34세에 불구하다. 튀르키예 고유의 경쟁력 덕분에 현지 합작공장은 LG전자의 주요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 LG전자와 아르첼릭은 생산량의 70%를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등 40개국 이상에 수출했다. 튀르키예 에어컨 시장에서도 2005년 50%, 2006년 52%로 점유율을 높이며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튀르키예 거점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건히 한다. 인도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세계 에어컨 시장 규모가 올해 1995억3000만 달러(약 270조원)에서 연평균 6.08% 성장해 2029년 2680억5000만 달러(약 3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온다습한 기후 탓에 에어컨이 ‘필수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가 속한 유럽도 다르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 에어컨 보급률은 2000년 10%에서 2022년 19%로 늘었다. 비싼 전기요금과 돌·벽돌로 만든 오래된 건축물 때문에 그동안 보급률은 저조했으나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에어컨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탈리아 카포스카리대 연구팀은 스페인 가구 에어컨 보급률이 1990년 5%에서 2040년 50%로 폭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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