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저평가주지만 자금 충분하고 정책 민감성 높아
외인 LS·HD현대·CJ 등 순매수…두산 주가 50% 상승
정부 주주환원 압박에 행동주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전격 시행된 가운데 ‘만년 저평가주’로 불리는 지주회사들의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에 강제성이 없는 만큼 현금을 넉넉하게 갖고 있으면서 정책에 민감한 지주사들의 동참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5월2일~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S 주식을 86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어 HD현대(383억원)와 두산(132억원), OCI홀딩스(99억원), CJ(73억원) 등 지주사 종목들이 줄줄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포함됐다.
이 기간 LS 주가는 13만5300원에서 18만3200원으로 오르며 35.40%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두산은 50.58%(14만6100원→22만원)나 뛰었다. HD현대도 6.53%(6만4300원→6만8500원) 올랐다.
OCI홀딩스가 5.35%(9만4800원→9만9870원), CJ도 7.41%(12만9500원→13만9100원) 상승하면서 지주사주들이 전반적으로 반등했다.
이같은 주가 호조는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지주사들이 적극 참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거래소는 지난 26일 상장사들의 자율성에 맡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가이드라인의 최종안을 발표한 뒤 27일부터 확정 시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추가 세제 혜택 지원을 약속했지만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에 공시의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의 추진 의지를 감안하면 저평가 주식이면서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들은 참여가 기대된다는 시선도 있다. 이 중 지주사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지주사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저평가주로 분류되는데 전날인 27일 기준 SK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에 불과하다.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0.67배)과 LG(0.48배)의 PBR 역시 1배 미만으로 유가증권시장 평균(0.99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형 지주사들은 그간 극심한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여유 있게 보유하고 있지만 오너들의 지분가치가 상승하면 세금 부담이 늘어나 주가 부양을 꺼려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물적분할과 모·자회사 동시 상장 확대도 지주사의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높이고 있다. NAV는 지주사의 영업가치에 상장·비상장 자회사 지분가치를 모두 더한 것을 뜻한다. 투자자들이 지주사보다 주요 자회사 투자를 선호하는 탓에 지주사들의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기업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개시를 계기로 그룹 지주사에 대한 정부의 주주환원 압박이 강화되면서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들은 자회사들의 밸류업 활동이 반영되면서 현금 흐름이 개선되고 순자산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며 “여기에 지주사의 밸류업 의지와 여력에 따라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등도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 기조에 힘입어 행동주의 펀드들도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법 개정과 제도적 지원이 없다면 지주사의 보수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 활성화”라며 “주주 행동주의가 정부 정책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시에 기업들의 자발적 변화를 강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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