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 인센티브 부족…참여 부진 우려
일 기시다 총리 등 고위층 적극 해외 영업
기업 체질 개선 등 전방위 제도 개선 노력
최근 금융당국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원조 격인 일본의 ‘밸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밸류업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지만 시장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눈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업 참여를 끌어낼 인센티브가 눈에 띄지 않으면서 ‘맹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6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에는 가치 제고에 중요한 핵심 지표를 선정해 중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사업 부문별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등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 및 공시하는 방법을 담겼다.
다만 배당 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나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혜택 등 시장에서 원한 ‘당근’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인센티브는 모범납세자 선정,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등 기존과 같은 5종 세정지원과 주기적 지정 감사 면제 심사 시 가점부여 등에 그쳤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27일 주최한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은 일본 밸류업 정책의 성공 요인으로 기시다 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소통 노력 등을 꼽았다.
호리모토 국장은 “기시다 총리가 직접 뉴욕에서 투자자들과 만나 자본시장 관련 질문을 받았다”며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해외투자자들과 긴밀한 소통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가계자산을 자본 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구조적 개혁도 언급했다. 지난 2021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내각은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구호를 간판 경제 정책으로 내걸고 2022년 6월 구체적 실행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본시장 선진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비해 일본의 밸류업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가계소득 증대, 스타트업 육성 등이 전방위적인 정책 변화를 동반했다.
이런 일본의 밸류업은 지난 2013년 아베 신조 내각부터 이어져 온 10년 장기 프로젝트다. 첫 시작 당시 기업지배구조 코드와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두가지 전략을 세우고 이후 투명한 민관 합동회의,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개혁 등으로 이어졌다. 이후 작년에 들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증시 밸류업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장 부양책이 아닌 기업 체질 개선, 자산운용업 지원, 투자자·기업 대상 세제 혜택 등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은조 맥킨지앤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현재 국내 밸류업의 논의 주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만 집중되면서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며 “기업은 물론 금융사, 정부, 일반·기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소통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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