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상승률 가처분소득 2.8배
집밥족 증가…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출↑
온라인몰 빠른 배송 강화로 승부수
외식물가가 고공행진 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이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 수요를 잡기 위해 할인쿠폰 제공 등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빠른 배송 경쟁력을 갖추는 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2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 평균 404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처분소득은 이자와 세금 등을 내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반면 1분기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2.8배, 가공식품은 2.2%로 1.6배 높았다.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이 소득 증가 폭보다 컸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7개 분기째 이어졌다.
특히 1분기 외식 세부품목 39개 중 37개의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품목별로 햄버거가 6.4%로 가장 높았고 비빔밥(6.2%), 김밥(6.0%), 냉면(5.9%)이 뒤를 이었다. 가공식품 세부 품목 73개 중 절반이 넘는 44개의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먹거리 물가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4월 총선까지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가격 인상을 자제했던 업체들이 최근 가격인상을 하고 있어서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지난달 9개 제품 가격을 1900원씩 인상했다. BBQ는 오는 31일 치킨 메뉴 23개 가격을 평균 6.3% 올린다.
이처럼 외식 물가 부담이 커지자 집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과 즉석조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식당에서 사먹는 상품보다 낮은 품질과 저조한 맛으로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2·3월 대형마트 식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9.5%, 10.7%로 늘었다. 취급 상품군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도 올해 1~3월 월별 식품 매출 증가율이 10% 안팎으로 -5~5%대를 오간 비식품군을 압도했다.
유통업계서는 할인쿠폰, 알뜰가격 상품 전략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식품 매장의 최강자인 대형마트는 올 들어 신선식품 매출이 부쩍 증가하는 등 온라인으로 떠났던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신선식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늘었다. 외식물가 급등으로 즉석조리 식품 매출이 10% 증가했고 ‘요리하다 정석 초밥’, ‘큰 치킨’ 등 대표적인 가성비 먹거리인 초밥이 15%, 치킨은 10% 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이마트 역시 올해 들어 이달 22일까지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의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늘었다. 홈플러스도 온라인 기준으로 1~3월 판매된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늘었고, 가정간편식은 20% 증가했다.
이처럼 대형 마트의 신선식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마트는 ‘가격파격’ ‘가격 역주행’, 롯데마트는 ‘이번주 핫프라이스’, ‘극락딜’, 홈플러스는 ‘물가 안정 프로젝트’ 등 고객들의 장바구니 물가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규모 할인전을 잇따라 펼치고 있어서다.
온라인 매출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의 장보기 서비스 전문관인 ‘스마일프레시’의 신선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늘었다. 컬리는 올해 1분기 신선·가공식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창사 이래 첫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SSG닷컴의 쓱배송도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당일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3시간 뒤부터 수령이 가능한데 최근에는 심야배송 ‘쓱배송 투나잇’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자체 콜드체인(냉장·냉동 유통) 배송망을 구축해 배송 범위를 넓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식 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코로나 펜데믹 시기와 마찬가지로 간편식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 수요를 잡기 위해 식품업계는 HMR사업을 지속 강화하고 있고, 대형마트와 온라인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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