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행된 가상자산 ‘마일벌스’ 코인이 이틀 만에 가격이 9배 급등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마일벌스가 크게 오르자,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특정 세력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가격을 띄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오후 5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빗썸에서 마일벌스는 전날보다 94% 오른 24원에 거래됐다. 이날 급등락을 거듭하며 10.43원까지 떨어졌던 마일벌스는 한때 35.98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마일벌스는 지난 26일 4원에 거래된 후 갑작스럽게 급등했다. 이날 최고가 기준으로 이틀간 상승률은 776%에 달했다.
마일벌스는 트루스트체인이란 국내 업체가 발행하는 가상자산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각 기업 상품의 마일리지를 통합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트루스트체인의 사업 모델이다. 마일벌스는 지난 2020년부터 발행돼 현재 빗썸과 코인원 등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다만,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는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날 빗썸에서 마일벌스의 하루 거래량은 3억5725만달러(약 4845억원)로 전체 코인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업비트와 빗썸에서 비트코인의 합산 거래량은 2억9000만달러(약 3930억원)였다. 마일벌스의 거래량이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마일벌스의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을 설명할 만한 뚜렷한 호재나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빗썸 관계자는 “최근 마일벌스가 네이버페이와 관련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긴 했다”면서 “이 외에는 가격이 왜 오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토큰포스트는 일간스포츠 보도를 인용해 “마일벌스가 다우기술과 협업해 자체 포인트인 ‘MVP(MileVersePoint)’와 네이버페이 포인트의 교환 서비스를 27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일간스포츠 홈페이지에서 해당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마일벌스 홈페이지에서도 네이버페이와의 제휴 관련 공지나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특정 세력이 마일벌스의 시세 조종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러 대형 가상자산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며칠간 마일벌스 관련 글이 여러 건 게시되기도 했다.
마일벌스와 같이 국내에서 발행돼 유통되는 가상자산, 이른바 ‘김치코인’은 특히 시세 조종에 취약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김치코인 10개 중 9개에서 가격이 급등했다가 떨어지는 ‘펌프앤덤프’로 추정되는 사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작전세력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특정 코인의 시세 조종을 모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유동성이 낮고 시총 규모가 작은 가상자산일수록 표적이 되기 쉽다”고 전했다.
지난 3월에는 스페이스아이디, 프론티어, 하이파이 등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이 며칠 만에 가격이 몇 배나 치솟은 후 급락했다.
다만, 가상자산은 시세 조종이 의심될 만한 정황이 포착돼도 아직 법적 근거가 없어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기 어렵다. 지금껏 수사 기관은 가상자산 관련 사건에 주로 형법상 사기죄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사기죄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처벌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오는 7월 19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 국내 발행 코인의 시세 조종 시도가 잦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코인은 단 며칠 만에 가격이 몇 배나 뛰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면서 “커뮤니티나 코인 리딩방 등에 올라온 글을 보고 이상 급등 코인에 섣불리 투자할 경우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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