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의약품 개발 기업 이엔셀이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지 9개월 만에 상장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심사 문턱에서 미끄러진 와중에 늦게나마 증권 신고서 제출 단계까지 넘어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상장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은 다소 속을 끓이고 있다. 증권 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공모가가 기대보다 낮게 책정돼서다. NH투자증권은 주관사이면서 이엔셀 주주이기도 하다. 공모가가 2021년 직접 투자한 가격보다 한참 낮아 아쉬운 것이다. 상장 주관 수수료로 버는 돈보다 잃는 돈이 더 많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엔셀은 이달 23일 금융위원회에 공모 규모와 방법 등을 담은 증권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엔셀은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하고 9개월이 지난 올해 4월에야 승인을 받았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증권 신고서를 내며 상장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이엔셀은 2018년 3월 장종욱 삼성서울병원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 교수가 교원 겸직으로 창업한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증권 신고서 제출일 기준 장 대표이사가 최대주주로서 지분 22.21%를 갖고 있다. 이엔셀 사업은 크게 줄기세포 치료제 위탁개발생산과 샤르코마리투스병·뒤센근위축증·근감소증 등 희귀 난치 근육 질환 대상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EN001) 개발로 나뉜다. 샤르코마리투스병과 뒤센근위축증은 질병관리청이 관리하는 희귀 질환이다.
특히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부인인 고(故) 박두을 여사,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삼성가가 대대로 앓고 있는 신경계 유전병으로 알려져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발과 다리, 손과 팔에 신경 손상을 일으켜 근육을 위축시키고 손·발에 변형을 일으키는데, 아직 치료제가 없다.
삼성그룹은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엔셀에 수차례 투자했다. 삼성그룹의 벤처캐피털인 삼성벤처투자, 삼성서울병원 운영 기관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이엔셀의 주요 투자자다. 증권 신고서 제출일 기준, 삼성벤처투자가 결성한 SVIC38호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 이엔셀 지분 5.55%,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이엔셀 지분 5.00%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 단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엔셀은 총 156만6800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3600~1만5300원으로, 공모를 통해 약 213억~240억 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6월 17~21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거쳐 공모가가 확정될 예정이다. 이어 6월 25~26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7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증권 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을 경우 상장 일정은 미뤄질 수 있다.
이엔셀은 올해 들어 바이오 기업으로선 드물게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한국거래소는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의 부실 상장 논란을 계기로 바이오 기업의 증시 입성 주요 통로인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기술특례 상장) 심사를 강화했다. 올해 들어 10여 개 기업이 상장 신청을 자진 철회했는데, 이 중 절반 정도가 옵토레인·하이센스바이오·피노바이오 등 바이오 기업이었다.
NH투자증권은 2021년 이엔셀의 기업공개(IPO) 작업을 맡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됐다. NH투자증권은 이엔셀 기업 실사를 진행하던 중 2022년 이엔셀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 때 20억 원을 투자해 전환우선주 4000주를 매입했다.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직접 지분 투자를 한 것이다. 보통주 전환과 무상 증자를 거쳐 공모 후 NH투자증권의 이엔셀 지분율은 1.02%(9만5225주)가 된다.
NH투자증권의 이엔셀 주당 취득가는 약 2만1000원이다. 희망 공모가 상단보다도 약 40% 높은 가격이다. NH투자증권은 이엔셀 상장 주관 수수료로 9억8700만~12억 원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NH투자증권이 공모가 밴드의 하단 가격에 주식을 판다면 남는 것이 없게 된다. NH투자증권은 주관사로서 공모주의 3%(4만7004주)를 공모가에 취득해 상장 후 3개월간 의무 보유해야 하는 조건도 지켜야 한다.
NH투자증권은 이엔셀 일반 청약자에게 환매청구권(풋백옵션)도 주기로 했다. 이엔셀은 기술특례 상장 방식을 택해 주관사가 환매 청구권을 부여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최근 상장 주관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발적으로 환매 청구권 옵션을 꺼냈다.
일반 투자자는 공모주 청약으로 받은 주식이 상장한 후 공모가보다 낮아지면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은 공모가의 90% 가격에 주관사에 되팔 수 있다. 의무 보유 수량을 제외하고 이엔셀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상장 예정 주식 수의 33%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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