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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희망을 전달합니다” 국내 유일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의 아름다운 여정

데일리안 조회수  

국내 유일 항암면역세포치료제 24시 밀착취재

17년 생산 기술·노하우 집약 ‘맞춤형’ 세포치료제

생산 이중검수, 선택 아닌 필수…‘듀얼 컨트롤’

‘Vein to Vein’ 시스템…국내 최초 개발의 사명감

지난 22일 오전 6시 30분경, 경기도 용인시 지씨셀 본사 지하주차장에 집결한 이뮨셀엘씨주 전용 의약품 운송 차량이 줄지어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출고 완료입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지씨셀 본사 지하주차장. 아직 직원들이 출근도 채 하지 않은 새벽 6시 30분, 지씨셀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와 채혈키트를 담은 전문의약품 전용 운송 차량이 일제히 출발한다.

이뮨셀엘씨주만을 위한 온도 유지 설비를 장착한 특수 차량들은 이날 하룻동안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곳곳의 병원으로 향한다. 약 2주간의 제조과정을 거쳐 환자에게 전달되는 이뮨셀엘씨주는 세포 활성이 높게 유지되는 36시간 내 환자에게 투여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물류 담당 직원들은 긴급 상황 발생 시 야간 또는 주말 시간을 반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21일과 22일, 기자는 꼬박 하룻동안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용화된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의 생산과정을 지켜봤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가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차세대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국산 세포치료제의 가능성을 연 이뮨셀엘씨주에 담긴 지씨셀의 기술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 혈관부터 시작…이뮨셀엘씨주의 ‘베인 투 베인(Vein to Vein)’ 시스템
이뮨셀엘씨주 전담 운송 직원이 의료진으로부터 채혈 키트를 인수한 뒤 전용 운반 가방에 키트를 담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서울시 소재 한 병원 주사실. 의료진이 바쁘게 채혈을 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전면에 ‘이뮨셀엘씨주 제조용’이라고 적힌 주황색 채혈 키트를 꺼내 든 한 의료진은 능숙하게 준비를 마치고 환자의 혈관을 짚었다.

박동일 지씨셀 GMP 본부장은 “우리는 이뮨셀엘씨주의 전 제조 과정을 ‘베인 투 베인(Vein to Vein)’ 시스템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환자의 혈관에서 혈액을 채취해서 자가혈액유래 세포치료제로 거듭나 다시 환자의 혈관을 통해 투여되기 때문이다.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이뮨셀엘씨주는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 세포를 분리해서 제조하는 자가혈액유래T림프구 성분의 항암면역세포치료제다. 간세포암 종양 제거술(수술, RFA 등)을 받은 간세포암 환자에서 재발 없는 생존(RFS)과 전반적인 생존(OS)기간을 연장하는데 효과적인 치료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항암면역세포치료요법은 치료를 받고자 하는 암 환자에게서 혈액을 채취, 혈액 속에 존재하는 면역세포를 분리한 후 전문 공정을 통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대응하도록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그 수를 수백배 이상 늘려서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자가혈액유래성분 기반 치료다. 이 때문에 ‘채혈’ 과정은 이뮨셀엘씨주 제조의 가장 첫 단계다.

의료진은 멸균된 채혈백 라벨에 환자 신상정보를 기재한 뒤 헌혈 채혈량(320ml)의 반 정도인 150ml가량을 채혈한 후 멸균백을 빠르게 밀봉, 라벨과 인수증에 채혈 시간을 기입한 뒤 곧바로 냉장고에 키트를 넣었다. 채혈을 담당한 의료진은 “환자 혈액의 채혈 정보는 물론 보관 온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채혈 이후 빠르게 밀봉 작업을 하고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냉장고에 키트가 보관된 지 10분쯤 됐을까. 지씨셀 로고가 박힌 남색 유니폼을 입은 남성 한 명이 주사실 쪽으로 다가왔다. “채혈 키트 가지러 왔습니다”. 이뮨셀엘씨주 관련 운송을 전담하는 물류팀 직원이었다.


의료진으로부터 채혈 키트를 전달받은 직원은 그 자리에서 지씨셀에서 개발한 실시간 온도 및 운송 정보가 확인이 가능한 스마트폰 앱을 열고 등록된 환자 정보와 채혈이 완료된 키트의 정보를 대조했다.

이뮨셀엘씨주 전용 운반 가방에 부착된 온도계와 운송 차량내 온도 시스템을 기반으로 10분마다 측정한 혈액 샘플의 온도 추이. 전용 앱과 ERP 시스템을 통해 본사와 운송 직원 모두 실시간으로 해당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인수 작업이 끝난 채혈 키트는 의료진과 직원의 서명을 끝으로 이뮨셀엘씨주 전용 운반 가방에 담겼다. 정확한 온도 체크를 위해 가방 내외부에 모두 디지털 온도계가 부착된 가방은 앱과 마찬가지로 지씨셀이 이뮨셀엘씨주 운송만을 위해 직접 개발했다.

물류팀 직원은 “채혈키트와 이뮨셀엘씨주 모두 운송 시 2℃~25℃ 사이로 보관돼야 한다”며 “가방은 물론 전문 운송 차량 역시 적합한 온도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10분마다 디지털 트래킹을 통해 기사와 제조소에서 함께 온도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7년의 노력이 집약된 이뮨셀엘씨주 “기술과 노하우 다 담았다”
21일 오후 4시 30분경, QC팀 직원이 QC검사를 비롯한 환자 혈액 입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오후 2시경 채혈된 환자의 혈액은 불과 2시간 만에 본사에 위치한 GMP 시설로 도착했다. 지씨셀은 최상의 상태에서 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해 채혈 이후 12시간 이내 운송을 완료하고 36시간 이내 생산 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수도권에만 6명, 지방에는 7명의 전문 운송 직원이 제한 시간 안에 운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GMP시설에 도착한 혈액은 공급망관리(SCM)팀의 입고 절차를 통해 한 차례 더 환자 정보를 확인한 후 내부 ERP 시스템을 통해 품질관리(QC)팀에 해당 정보를 전달한다. QC팀은 곧바로 ▲채혈백 청결상태 ▲혈액량 ▲HCV(C형간염바이러스) ▲HBV(B형간염바이러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해 해당 혈액이 이뮨셀엘씨주로 만들 수 있는 적합한 상태인지 확인한다.

QC팀 관계자는 “혈액은 검사 결과에 따라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시설 내에서도 분리돼 제조된다”며 “HCV와 HBV 검사에서 양성을 띤 혈액은 총 4개의 별도 공조기를 갖춘 GMP 생산시설 중 1개의 제조소로, 음성 혈액은 나머지 제조소로 옮겨져 생산 과정에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오후 6시경, QC검사와 제조접수 절차를 마친 혈액들은 각 제조소로 옮겨져 이뮨셀엘씨주 생산단계 중 가장 주요한 과정인 ‘림프구 분리 및 세포배양’ 단계를 거친다.

이뮨셀엘씨주는 완벽한 무균 상태인 A등급 GMP 생산시설에서 최소 12일, 최대 21일간 생산을 진행한다. 품질보증(QA)팀 관계자는 “이뮨셀엘씨주 생산은 지씨셀 GMP 시설 내에서도 위탁개발생산(CDMO) 제조 시설 등과 완벽히 분리해서 제조한다”며 “GMP 본부 인력은 규정 내 정기 교육을 이수하고 각각 자격 인증을 받은 숙련된 전문가로만 선별한다”고 말했다.

특히 생산의 연속성을 위해 한 환자의 혈액은 림프구 분리부터 배양, 완제까지 한 팀에서 전부 담당하는 방식으로 제조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뮨셀엘씨주의 제조 과정은 17년간 생산 노하우와 기술의 집약체”라고 강조했다.

기술은 세포를 배양하는 배지에도 녹아있었다. 지씨셀은 이뮨셀엘씨주 특화 전용 배지를 생산하는 배지제조소를 GMP 생산시설 내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QA팀 관계자는 “자가혈액유래세포치료제는 환자마다 혈액의 상태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의 세포를 배양하기 위한 배양 기술과 노하우,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지씨셀은) 자체 개발 배지와 숙련된 전문 인력을 통해 안정적인 품질의 이뮨셀엘씨주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보일검(一步一撿)’ 고품질 위한 지씨셀의 끝없는 노력
이뮨셀엘씨주 제조팀 직원이 제조 과정을 태블릿PC에 기록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직접 생산 현장을 둘러보니 기술과 노하우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각 공정 단계마다 숨어있는 품질을 위한 구성원들의 노력이다.

세포배양 단계에서 제조팀 직원들은 한 단계 작업을 할 때마다 전용 태블릿PC에 작업 과정을 기록했다. 기록 과정에서는 각 원자재에 부착된 바코드를 활용했다.

QA팀 관계자는 “자가유래세포치료제는 샘플과 배지 간 정보 확인이 정말 중요하다”며 “다른 환자 혈액 샘플과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원자재에 바코드를 부여해 디지털 시스템으로도 정보 혼선이 없도록 하고 2인 1조 ‘크로스체크’ 작업을 통해 인력(人力)으로도 한 번 더 확인하면서 ‘휴먼에러’와 ‘디지털 에러’의 가능성을 ‘듀얼 컨트롤(Dual Control)’ 방식으로 철저히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키징 작업을 마친 이뮨셀엘씨주 완제품 키트와 완제품을 담은 전용 운반 가방.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완제 포장 작업을 마친 후 출하 과정에서도 품질 검수는 계속된다. 전날 접수된 채혈 건에 필요한 키트와 출하 대기 중인 이뮨셀엘씨주의 패키징 작업을 위해 SCM팀은 매일 새벽 5시, 이른 아침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SCM팀 직원은 “전날 QC팀이 완제 작업을 바치면서 이물 검수 단계를 꼼꼼히 거치지만 최종 패키징 전 의약품 상태와 환자 및 병원 정보를 생물학적제제출하증명서, 운송 패키지와 대조한 뒤 작업을 마친다”며 “생산, QC팀은 물론 SCM팀, 물류팀 역시 주기적인 직무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모든 단계에 걸친 전문적인 검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RP 시스템, 전용 운반 가방 개발 등 지씨셀은 이뮨셀엘씨주의 안전한 운송을 위해 지금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외부에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매 단계를 거칠 때마다 샘플 정보를 확인하고 품질을 검수해 더 이상 불량이 발생할 수 없을 정도로 이뮨셀엘씨주에 ‘커스터마이징’된 시스템을 안정화시켰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오전 6시경 이뮨셀엘씨주 운송을 위해 지하주차장에 집결한 물류팀 직원들도 당연하다는 듯 그 자리에서 검수 작업을 진행했다. SCM팀 관계자는 “제품 인계 과정에서도 물류팀 전용 앱과 ERP 시스템 연동을 통해 정보 검수를 한다”며 “물류팀 직원들도 차량에 제품을 입차하기 전 하나하나 정보를 거듭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희망을 전달합니다”…국내 유일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의 의미는
이뮨셀엘씨주 수도권 운송을 전담하고 있는 물류팀 직원들. 모두 주기적으로 이뮨셀엘씨주 관련 직무 교육을 이수하는 전문인력이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보통의 의약품 운반 차량과 달리 이뮨셀엘씨주 전용 운송 차량에는 빈 공간이 많다. 많이 실어나르기보다는 정해진 시간 내 환자에게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량만 싣기 때문. 하지만 빈 공간에는 의약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실려있었다.

3년째 이뮨셀엘씨주 운송을 전담하고 있다는 한 직원은 “희망을 가져간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위험한 종양 제거술을 마친 환자분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잖아요”라고 자신의 직무를 소개했다.

간은 침묵의 장기다. 간암은 특별한 증상 없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전이될수록 완치는 더 어려워진다. 재발률도 50~70%에 이른다.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요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뮨셀엘씨주는 이미 종양제거술을 진행한 간세포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보조치료제다. 국내 간암 환자 규모는 1만5131명(2021년 기준), 전체 암 발생 중 일곱 번째로 많은 숫자로 고령화 등으로 인해 그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5년 평균 생존율이 약 40%에 불과한 간암 환자들에게 재발 위험율(37%)과 사망률(79%)을 낮출 수 있는 치료제의 존재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지씨셀 관계자는 “매일 아침 지씨셀 로고가 표시된 이뮨셀엘씨주 운송 차량들이 정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명감을 느낀다”며 “최선을 다해 제조한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꼭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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