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손실’ 가계·기업대출 증가
4대銀 신용손실충당금 4654억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
우리만 134% 늘려 대응력 강화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에도 가계와 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신용 위험이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부실 대비를 위한 충당금은 절반으로 확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후폭풍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 속 긴장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가계·기업대출에서 신용 손실로 자체 판단한 채권 규모는 올 1분기 말 각각 2조7050억원, 5조18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8%(2178억원), 6.3%(2977억원)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16.1%(3755억원), 27.4%(1조809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은 정기적으로 보유한 대출의 신용 위험 증감 여부를 자체 기준을 통해 판단한다. 통상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3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한 여신에 관해 신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한다. 특히 대출자가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을 90일 이상 연체하거나, 담보권 행사 없이 회수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채무불이행 상태로 간주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가계대출에서는 8543억원으로 기업대출은 2조7925억원으로 각각 9.4%, 7.6% 늘었다. 신한은행(7917억원·6604억원)도 13.9%, 9.4%씩 증가했다. 우리은행(5660억원·7518억원)은 1.3%, 16.8%씩 늘었다. 반면 하나은행의 가계대출에서는 4931억원으로 9.0% 증가했지만, 기업대출에서는 8139억원으로 7.2% 감소했다.
은행들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대출자들의 빚 상환 여력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연속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같은 해 2월 이후 기준금리가 11차례 연속 동결됐지만, 여전히 대출자들이 감당하기엔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금융지원이 지난해 9월부터 종료돼 상환이 시작된 점도 신용 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한 원인으로 짚었다. 유예 기간 동안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상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들은 보유 대출에서 신용 위험이 확대됐다고 판단했음에도 부실 대비를 위한 충당금 적립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이 올 1분기에 적립한 신용손실충당금은 4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1%(3384억원)나 감소했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고객에게 내준 대출에서 원리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이익의 일부를 빼둔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409억원으로 76.9%나 줄면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국민은행은 1622억원으로 하나은행은 754억원으로 각각 58.6%, 51.5% 줄었다. 우리은행만 1869억원으로 134.4% 확대하면서 부실 대응력을 높였다.
금리 인상기가 끝났지만, 레벨 자체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부실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초까지만 해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됐지만, 각종 대내외 변수에 따른 상황 변화로 현재 인하 시기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물가의 목표 수렴 확신이 지연되면서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증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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