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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맞아야 좋은 백신’이라고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 예방 백신을 남성도 함께 맞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HPV 감염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암을 유발하며, 최근 남성의 암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27일 한국MSD의 HPV 9가 백신 ‘가다실9’ 국내 출시 9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남녀 모두 HPV 백신을 접종할 경우 (여성만 접종할 경우보다) 남녀 모두에게서 암이 더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남녀 모두 HPV 백신을 70% 맞을 경우 여성만 접종할 때보다 “남자는 암이 65%, 여성은 40%가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며 “집단 면역을 통해 (남성 접종은) HPV 질환에서 빨리 벗어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HPV는 현재까지 200개 유형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약 40개 유형이 피부와 점막에 감염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감염은 자연스럽게 소멸하지만, 일부 바이러스 유형은 지속적 감염을 일으켜 암이나 다른 질환을 유발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체 발생 암의 5.2%가 HPV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HPV로 인해 걸릴 수 있는 암은 남성의 경우 음경암과 두경부암, 항문암, 여성은 자궁경부암과 외음부암, 질암 등이 있다. 지난해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발표를 보면 한국 남성의 구인두암의 일종인 편도암 발생률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3배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만 HPV 2가, 4가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남녀 모두에게 HPV 9가 백신을 접종하는 게 전 세계적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3개 국가에서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을 (필수 예방접종 대상으로) 접종한다”며 “이 가운데 28개 국가는 9가 백신을 접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 청소년에 국한해 2가, 4가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외 멕시코, 코스타리카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HPV 9가 백신은 HPV 바이러스 유형 9가지에 대해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다. 9가 백신 ‘가다실9’은 만 9~45세 여성과 만 9~26세 남성에서 접종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및 생식기 사마귀 예방 목적으로 국내에서 허가돼 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현재 여성 청소년에만 지원하고 있는 HPV 백신 예방 접종을 내년부터 남성 청소년에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전해졌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HPV 백신 대상을 남녀 청소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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