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을 향한 유동성 우려가 가중되는 가운데 캐피탈사가 발행한 채권 만기가 최근 5년 새 3분의 1 수준까지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중심으로 조달 여건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캐피탈채 상환기간의 단기화는 업계의 유동성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 1일~5월 28일) 중 캐피탈사가 발행한 채권의 평균 만기는 25.2개월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27.8개월)보다 2.6개월 짧아졌다. 이는 캐피탈사가 발행하는 채권의 상환 주기가 더욱 짧아진 것으로, 채권자로부터 돈을 빌리고 갚아야 할 순환이 빨라졌다는 의미다.
캐피탈채 발행 만기 단기화 경향은 최근 5년 새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지난 2020년 상반기 캐피탈채의 발행 만기 평균은 75.8개월로 집계됐다. 5년 만에 캐피탈채 발행 만기 평균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캐피탈채 발행 만기는 2020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21년 상반기 55.1개월 △2022년 상반기 37.6개월 △2023년 30.6개월 △2024년 상반기 25.2개월 등 매해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채권 상환 주기가 짧아질수록 리스크를 더욱 크게 본다. 예컨대 채권자 입장에서 상환 주기가 길어지는 만큼 빌려준 돈과 이자를 받지 못할 위험성이 작다. 하지만 단기채 비중이 높아지면 차환리스크가 빨리 돌아오는 것이고, 채무자 입장에서는 차환리스크에 더욱 자주 대응해야만 한다.
특히 최근과 같이 부동산 PF 위기 상황이 닥쳐있을 땐 더욱 위험하다. 상환주기가 짧을수록 단기 유동성에 빠질 우려가 크고, 자금력이 약한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이런 유동성 위기에 더욱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에선 은행채 등과 비교해 리스크가 큰 여전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위험자산의 장기채에 대한 수요 감소로 캐피탈사들은 단기채 발행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PF에 많이 물려 있는 캐피탈사에 대한 리스크를 높게 보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장기채 발행 시 채권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해 말 기준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탈사의 합산 PF 대출은 10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자기자본 대비 133.8%에 달하는 규모다. 전체 PF 규모 대비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이미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더욱이 지난해 말 A급 이하 캐피탈사의 단기차입의존도(대외차입의존도 중 단기부채 비율)는 12.6%를 기록했다. 잔존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성차입부채를 합산할 경우 단기차입의존도는 65%까지 높아진다.
내달부터 본격화하는 PF 구조조정이 얼마큼 효과적일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금리인하 기대도 꺾인 마당에 투자심리 위축으로 캐피탈채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단기차입의존도가 높은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연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기차입의존도가 큰 캐피탈사는 차환부담이 커질 수 있어 실질 유동성 대응 능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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