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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조 ‘냉난방 공조 시장’ 겨냥…삼성전자, 북미 합작사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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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조 '냉난방 공조 시장' 겨냥…삼성전자, 북미 합작사 띄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을거리로 통하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HVAC 사업은 지구온난화 및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가 등에 따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대표적 기업간거래(B2B) 업종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스마트폰·가전·전장 등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HVAC를 포함시켜 대대적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HVAC 설비 전문 기업인 레녹스와 유통 전문 합작법인을 체결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합작법인은 레녹스가 깔아놓은 미국 유통망을 활용해 삼성전자의 냉난방 기기를 판매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합작회사의 지분 비율은 삼성전자 50.1%, 레녹스 49.9%이며 자본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신설 법인의 근거지는 텍사스 로어노크다.

66조 '냉난방 공조 시장' 겨냥…삼성전자, 북미 합작사 띄운다

이번 합작회사 설립에 따라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 삼성전자의 HVAC 시장 공략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녹스는 1895년 설립된 HVAC 전문 기업으로 단독주택 등 가정용 시장은 물론 상업용 건물 시장에서도 현지 건설사들과 폭넓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유통망과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삼성전자의 약점을 해소해줄 수 있는 파트너다. 레녹스 역시 단순히 공조 기기 설치를 넘어 삼성의 스마트싱스를 활용한 가전 기기 간 연결·제어 및 AI 기능 확대로 서비스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은 “삼성의 우수한 제품과 레녹스의 고객 네트워크가 협업해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공조 부문에서 혁신적 기술을 함께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HVAC 시장에서 레녹스와 동맹을 체결한 것은 이 시장이 품고 있는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북미 지역 공조 시장 규모는 올해 320억 달러(약 43조 4200억 원)에서 2034년 488억 달러(약 66조 2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수혜 산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쓰면서 뿜어내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고효율 HVAC 시스템 설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전기 먹는 하마인 AI 데이터센터는 자체 전력 소모도 크지만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도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며 “AI 시대의 주도권이 열(熱) 관리 업체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 탈(脫)탄소 흐름 등이 더해져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66조 '냉난방 공조 시장' 겨냥…삼성전자, 북미 합작사 띄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연합뉴스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미래 사업성에 주목해 다국적 HVAC 기업인 존슨컨트롤즈를 60억 달러(약 8조 1000억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회사 인수전에서 공조 전문 기업인 보쉬, 레녹스와 경쟁하고 있었는데 이번 합작회사 설립에 따라 삼성과 레녹스가 손을 잡고 존슨컨트롤즈를 인수할 가능성도 열린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인수가 현실화할 경우 2016년 하만 인수(약 9조 1000억 원) 이후 최대 거래가 된다. 다만 삼성은 존슨컨트롤즈 인수 추진 건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이 합작회사 방식으로 신산업에 뛰어든 것도 약 20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004년 일본 소니와 합작으로 액정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회사인 S-LCD를 설립한 바 있다. 당시 지분 비율도 삼성이 50%+1주, 소니가 50%-1주로 이번 합작과 유사한 방식이었다.

66조 '냉난방 공조 시장' 겨냥…삼성전자, 북미 합작사 띄운다
삼성전자의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 EHS가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냉난방 공조 전시회 ‘MCE 2024’에 전시돼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VAC 분야 외에도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초대형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M&A 후보군으로는 전장·로봇 분야가 거론된다. 최근 일각에서는 삼성이 자동차 전장 회사인 독일 콘티넨탈의 전장사업 부문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로봇의 경우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99%를 사들이고 지분을 59.94%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도 맺으며 인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삼성전자의 수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수차례 시사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3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의 M&A는 많은 부분 진척됐다”며 “조만간 주주에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월에는 “삼성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대형 M&A에 대한 계획은 올해 나올 것으로 희망한다”며 기대감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간 정체된 사업과 급변하는 기술 환경 등을 고려해 합작법인 설립이나 대형 M&A를 활발하게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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