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의류 디자인·제조 회사 노브랜드가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에 근접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으나, 주식으로 전환돼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전환사채·전환우선주가 주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장 직후를 포함해 한 달 후 200억 원 규모 메자닌(전환사채, 전환우선주 등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잠재 매도 물량으로 인한 주가 하락 가능성을 우려한다.
노브랜드는 상장 당일엔 공모가(1만4000원)보다 287.86%(4만300원) 오른 5만4300원으로 마감했다. 장 중 5만5500원까지 오르며 상장날 공모가 대비 300%까지 상승할 수 있는 따따블(4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날 노브랜드 거래대금은 1조5390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주가가 오르자, 상장 바로 다음 날인 24일 1회차 전환사채 100억 원 중 40억 원어치에 대한 전환 청구권이 행사됐다. 1회차 전환사채는 노브랜드가 2020년 2월 발행한 것으로, ‘마이다스제2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전량 보유하고 있다. 전환사채 전환가액은 1만8688원이었지만, 전환가액이 공모가보다 높을 경우 공모가와 동일하게 조정한다는 조건에 따라 1만4000원으로 낮아졌다. 전환사채 보유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이번에 전환되는 주식은 28만5714주로, 다음 달 11일 상장될 예정이다. 상장 후 유통 가능한 주식(186만3221주)의 1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노브랜드 주가는 상장 당일을 제외하고 3거래일 연속 하락해 28일 4만3650원으로 마감했다. 전환주 상장 때까지 노브랜드 주가가 이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그 이상으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마이다스 측은 이 주식을 팔아 3배 이상 차익을 낼 수도 있다. 1회차 전환사채 중 아직 전환되지 않고 남은 60억 원어치(42만8571주) 사채도 올해 안에 언제든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노브랜드는 2020년 2월 전환사채를 찍을 당시, 100억 원 규모 전환우선주도 발행했다. 코로나 당시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역시 ‘마이다스제2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전량 보유한 전환우선주 54만865주(공모 후 지분율 6.60%)는 상장일로부터 1개월 후 매도 제한이 풀린다. 의무 보유 기간이 지나면 마이다스 측 의사에 따라 매각할 수 있다.
마이다스 측이 200억 원 규모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의 전환권을 모두 행사하면 보통주 142만8570를 쥐게 된다. 상장 후 한 달 뒤부터는 유통 가능 주식 수의 약 60%가 잠재 매물인 셈이다. 일부 개인 투자자는 기관 투자자가 상장하자마자 지분을 털어내고 현금화할 수 있게 한 공모 구조는 너무했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노브랜드는 보호 예수로 묶여 있는 지분을 빼면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편이라, 전환우선주나 전환사채 전환권을 행사한 주식을 팔아버릴 경우 주가에 영향이 클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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