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의 M&A(인수합병)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반면, 생명보험사 매물에 대한 시장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로 저축성 상품을 판매해온 생보사들의 매력도나 수익성이 점점 하락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보험권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으며 매물의 정확한 기업가치 판단이 어려운 점도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올해 중 IFRS17 방향의 결론을 낸다는 방침인데, 연내 생보사들의 M&A가 사실상 물 건너가는게 아니냐는 푸념도 나온다.
28일 보험권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선 동양·ABL·KDB·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 생보사 매물로 거론된다. 그러나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매물들이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해 이들의 매각 움직임은 요원하기만 하다. 보험권은 지난해 도입된 IFRS17 제도 영향이 크다는 시각이다.
IFRS17은 보험사 부채 평가 방식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됐다. 과거 생보사들은 자산 규모 확대 차원에서 저축성 상품을 다수 판매했다. 저축성 보험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로 이자를 내줘야 하는 상품으로, 보험금이 부채로 인식된다. 이에 현재 생보사들은 팔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저축성 대신 보장성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수입보험료 대부분이 저축성으로 채워져 수익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여서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1분기 손보업계는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2조9694억원의 순익을 낸 반면, 같은 기간 생보업계는 34.8% 감소한 1조8749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IFRS17 적용 기준이 일원화되지 않은 탓에 매물 가치 평가 신뢰성이 급락한 점도 생보사들에겐 추가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해당 제도 도입 이후 계약서비스마진(CSM)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CSM은 향후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실현 이익의 현재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IFRS17 제도 하에서는 CSM이 중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내 IFRS17 개선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인데, 일각에선 생보 매물들에 대한 시장 관망세가 올해까지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8월 전까지 IFRS17 개선 방향을 정하고 연말 결산 전에 결론을 낸다는 계획”이라며 “다만 IFRS17 도입 전 CSM 산출에 대한 부작용 시나리오가 논의되지 않은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금융당국의 늑장 대처가 생보 시장의 M&A를 늦추는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스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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