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특별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 의미로 전원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장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국회 임기 종료 직전(29일)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표결 끝에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사실상 거대 의석 수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공공 매입하는 방식으로 피해액을 먼저 변제해준 뒤, 추후 채권 추심과 매각을 통해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프로그램 도입이 골자다. 필요한 경우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앞서는 제3자의 선순위 채권을 매입하는 안(案)도 담겼다.
이 밖에 구제 대상에 외국인을 포함하고 임차보증금 한도 역시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상향해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 받을 수 있는 대상 범위를 넓히는 등 지난해 6월 1일 제정·시행된 기존 특별법을 보완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 5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는 선구제 부문에서 평행선을 달렸지만 야당은 결국 단독으로 특별법 개정을 강행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구제 후회수’ 방식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개정안으로 맞불을 놓으며 22대 국회에서 논의할 것을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경매로 넘어간 피해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감정가보다 싸게 낙찰 받아 생기는 차익을 피해자에게 지원해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대체안을 발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해 “전문가들도 법리상의 문제점과 집행 불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정부는 어제(27일) 피해자들의 빠른 보상과 조속한 시행이 가능한 대책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국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주도로 처리된 법안에 정부와 여당이 대안을 제시한 만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 문제는 시기다. 대통령 거부권은 15일 이내에만 행사할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정부로 법안이 긴급 이송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 임기 종료 전 재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폐기 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오는 29일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임기 후 11번째 거부권을 행사하는 셈이 된다.
헌법 51조에 근거하면 22대 국회로 넘어가도 거부권 행사는 가능하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국회 회기 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법률 공포도 하지 않을 경우 빚어질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기 종료 직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5월 27일, 제19대 국회 임기 만료(5월29일) 이틀 전 ‘상설 청문회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해당 법안은 재의결 없이 자동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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