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올해 상장사 22곳 중 21곳에 대해 첫날 순매도
공모주가 활황을 넘어 과열 우려를 띄고 있다. 지난해부터 신규상장 종목의 공모가 대비 가격 제한 폭이 260%에서 400%로 확대되면서다. 일각에서는 공모주 상장 첫날, 기관이 ‘단타매매’ 선봉에 선 게 과열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올해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중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제외한 22곳에 대해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기관은 22곳 중 21곳에서 첫 거래일과 상장 후 5거래일 동안 순매도(매도 우위)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첫 거래일에 가장 많은 물량을 팔아넘겼다. 기관이 유일하게 매수 우위를 보인 종목은 8일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이었다.
기관이 수요예측을 이용해 공모가를 ‘뻥튀기’ 시킨 후 상장 직후 팔아서 차익을 남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예측은 공모주 청약에 앞서 기관이 매입 희망 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관은 1주라도 물량을 더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밴드(공모가 범위)를 초과한 높은 가격으로 주문하고 있다. 올해 상장사 중 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한 모든 종목의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초과해서 정해졌다.
과대평가된 공모가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기 때문에 시초가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기관은 시초가에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개인이 뒤늦게 물린다는 것이다. 개인과 기관은 올해 신규상장한 기업에 대해 첫 5거래일 동안 정반대의 거래 동향을 보였다. 기관의 매도 물량을 개인이 받아냈다는 뜻이다.
‘국내 기관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꼽힌다. 의무보유 확약이란 공모주를 받는 기관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보증하는 지표로 통하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상장한 기업 중 등락률 상위 5개 종목과 하위 5개 종목을 비교했을 때, 국내 기관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에 차이가 존재했다.
등락률 상위 5개 종목은 우진엔텍, 현대힘스, 엔젤로보틱스, HD현대마린솔루션, 에이피알로 국내 기관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각각 15.70%, 14.64%, 19.65%, 48.87%, 27.85%였다. 노브랜드가 순위권에 있었지만 상장한 지 5거래일이 채 되지 않아 제외했다. 하위 5개 종목은 포스뱅크, 스튜디오삼익, 오상헬스케어, 제일엠앤에스, 케이웨더로 각각 4.69%, 4.44%, 2.83%, 3.40%, 5.25%였다. 단순 평균으로만 따지면 20%포인트(p) 넘게 차이 난다.
한편, 국내 기관보다 해외 기관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장 기업 중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국내 기관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48.87%로 가장 높다. 하지만 해외 기관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2.38%로, 126곳 중 3곳에 불과했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라 불렸던 HD현대마린솔루션마저도 해외 기관을 붙들 수는 없었다.
금융당국은 공모 시장에서 주관사의 역량과 책임성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음을 인지하고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의무보유를 확약한 기관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했고, 지난 9일에는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김정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금감원은 주관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시장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 엄정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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