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는 10조68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분기(8조2358억원)보다 29.8%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기업대출 규모는 1632조원에서 1740조원으로 6.6% 확대됐다.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전체 대출보다 네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NPL은 대출 건전성 분류 중 ‘고정’ 단계 이하인 여신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고정 이하로 분류한다.
기업여신 중 NPL 규모는 2016년 1분기 29조1539억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작년 2분기(8조2358억원)까지 6년가량 감소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작년 3분기 8조9825억원으로 반등한 이후 지난 1분기까지 증가세를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작년 3분기 11.8% △작년 말 20.0% △올해 1분기 29.8% 등 확대되고 있다. 그사이 NPL 비율도 작년 2분기 0.49%에서 지난 1분기 0.61%까지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대출 부실화가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급격하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작년 1분기 2조1049억원, 6조5035억원이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NPL 규모는 올해 1분기 2조9538억원, 7조6362억원 수준으로 각각 40.3%, 26.4% 급증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진 데다 경기 회복도 지연되면서 기업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기업들이 대출 규모를 늘리면서 부실채권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전월보다 11조9000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회사채는 상환액이 발행액을 넘어서면서 2조5000억원 순상환됐다. 기업들은 주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채권 발행이 줄고 금융기관 대출이 늘면 부실률이 유지되더라도 부실 규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회생 가능성에 기반한 신용공급을 유도하고 시장 감시기능 강화 등을 통해 자체적인 재무건전성 관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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