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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기술은 물론 공정 핵심 소재까지 국산화 작업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이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 기술은 일본 회사들이 주도해왔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거대 칩 제조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HBM 생태계가 빠르게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소재회사 이엔에프테크놀로지(102710)는 자체 기술로 타이타늄 식각액(Ti 에천트)을 개발하고 세계 최대 HBM 제조사에 이 소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타이타늄 식각액은 HBM에서 정보가 이동하는 통로인 실리콘관통전극(TSV) 제조에 쓰이는 물질이다. TSV는 전류가 잘 흐르는 구리가 채워지면서 완성된다. 구리가 TSV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으려면 장벽 역할을 하는 막을 형성해야 하데, 이 역할을 타이타늄이 한다. 타이타늄 식각액은 웨이퍼에서 불필요한 타이타늄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타이타늄 식각액은 일본 유력 소재회사와 한국 업체가 합작해서 만든 회사의 제품이 주로 활용됐다. 소재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냈던 일본 업체의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엔에프가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국산화 및 소재 다변화의 길이 열렸다. 이엔에프는 가장 최신 제품인 5세대 HBM(HBM3E)제조 라인에 처음 공급하기 시작해 고적층 칩까지 공급량을 확대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엔에프 측은 사업보고서에서 이 제품에 대해 “타이타늄이 과도하게 식각되는 현상을 개선해 미세 회로 기술에 기여했다”며 “반도체 패키지 신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엔에프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었던 반도체 공정용 불화수소를 6월 말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이엔에프 외에도 HBM의 핵심 소재의 국산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솔브레인(357780)은 HBM 공정 중 불필요한 구리 층을 걷어내는 특수 슬러리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한다. 동진쎄미켐(005290)도 이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덕산하이메탈(077360)은 HBM 사이에서 데이터 전송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범프 제조를 위한 솔더볼을 메모리 회사에 공급한다. 메모리 업체들은 솔더볼 세계 1위 센주메탈의 독주를 막기 위해 덕산하이메탈의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주목받는 HBM 분야는 한국이 90% 점유율을 쥐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생태계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소재 뿐만 아니라 장비·부품에서도 다양한 협력이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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