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반짝’ 성장에도 실질소득 감소
대기업 영업이익 57%↑·근로소득 3.9%↓
가계소득이 못 늘리면 내수에도 악재
최 “재정 기조 바꾸면 부작용 더 커”
1분기 한국 경제가 전망을 뛰어넘는 반짝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가계 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나빠지면서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직전분기대비 1.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2022년 4분기 수출 급감으로 마이너스(-) 0.3%를 기록한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0.3% 오르며 반등했다. 이후 2·3·4분기 각각 0.6% 성장하다 이번에 1.3%로 뛰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수출 호조, 건설투자 등이 회복하면서 2년 3개월 만에 최고 성장세를 기록하자 기획재정부는 “1분기 성장률은 우리 경제 성장 경로에 선명한 청신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가계 실질소득 7년 만에 최대 폭 감소
같은 기간 가계 실질소득은 7년 만에 최대폭인 1.6% 감소했다.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소득 증가 폭은 줄어들었고, 근로소득 또한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를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1분기 기준 2021년(-1.0%)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2017년 1분기(-2.5%)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실질 근로소득은 3.9% 줄었다.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1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 전망(0.6%)을 두 배 이상 웃돌았음에도 가계 형편이 나아지지 않자 경제 성장 수혜가 기업에만 몰리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계소득이 늘지 않으면 내수 회복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어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두고 국가채무 폭증을 우려하며 재정을 풀면 당장 경제위기라도 닥칠 것처럼 경계하지만 국채 이자가 국민소득의 1%에 그쳐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가 대안적 재정준칙으로 제안한 경곗값 2%에도 채 못 미치는데 국가채무가 과도하다는 주장은 설득력 없다”며 “물가 자극 없이 2022년 수준의 경제활동을 회복하려면 올해 추가 재정지출이 약 20조원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총선 민의를 존중해 그간의 부자 감세 조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과감한 추경 편성으로 민생을 위무하는 재정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며 “경제정책의 기조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민 여론 52% “현 정부 감세는 ‘부자감세’”
국민 여론도 정부 감세정책에 호의적이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28~30일 사흘간 국내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 정부 감세정책이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공감하냐는 질문에 52%가 그렇다고 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30%에 그쳤다.
이에 대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건전재정 기조 변화는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최 부총리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건전재정 (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건 지표 개선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건전재정을 왜 유지해야 하는지는 다들 잘 알지 않나. 여러 상황 물가 높은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전재정이 필요하지만, 재정지출도 필요해서 균형을 맞추려다 보니 지표가 생각보다 느리게 개선되는 것”이라며 “거꾸로 말하면 (정책 기조를) 전환해서 건전재정 지표 개선이 더 안 되도록 한다거나, 악화하는 쪽으로 간다든지 하는 부작용이 커서 지금 상황에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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