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이 다음달 3일부터 3주간 휴식을 취하면서 일도 하는 워케이션(Workation·일을 뜻하는 Work와 휴식을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에 들어간다. 워케이션은 이른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기업문화, 능력이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C레벨(CEO·CFO 등 부문별 최고책임자) 중에서 워케이션 근무 제도를 활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워케이션 기간에 지방에 머물며 부산, 울산, 목포 등 각 지역 주요 사업장을 둘러보고 임직원을 만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22년 하반기에 조직문화 개선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도입했다. 이 제도 자격이 되는 임직원은 2주에서 4주동안 국내·외 사업장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상사 눈치를 보느라 이 제도를 활용하는 임직원이 적다고 판단해 본인이 먼저 워케이션을 가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현대차 미주 지역 생산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는 등 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재무통(通) 중 한명으로 꼽힌다. 동시에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장(전무)과 차세대ERP(전자자원관리) 혁신센터장 등을 맡아 조직 관리에 능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대표는 2022년 11월 현대글로비스 대표직을 맡으면서 본인의 직통 전화번호를 사내 게시판에 공유하고 회사 동호회를 지원하는 등 ‘소통하는 CEO’의 면모를 보여왔다.
노동조합이 없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조직 및 인사 관련 제도의 테스트베드(Test Bed·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 또는 시스템)로 활용되는 일이 잦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워케이션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향후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 대표의 워케이션은 평소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론과도 맞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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