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암호화폐에 부정적이었던 기존 입장을 바꿀 조짐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암호화폐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30년 넘게 회장직을 맡았던 팀 버클리 최고경영자(CEO)가 퇴임을 앞둔 가운데 후임자로 경쟁사인 블랙록 출신 임원이 임명된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뱅가드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새로운 ‘뱅가드 전문 펀드(Vanguard Specialized Funds)’를 신청하면서 디지털 화폐를 언급했다.
뱅가드는 디지털 화폐에 대해 가치 저장, 교환 매체, 또는 계정 단위로만 사용되는 디지털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앙은행, 공공기관에서 발행하거나 보증하지 않는 디지털 자산이라고 정의했다.
뱅가드는 “디지털 자산은 알고리즘 기술에 의존해 디지털 자산의 새로운 단위 생성에 대한 규제를 용이하게 한다”면서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또는 분산 원장에 기록된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거래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특히 뱅가드는 디지털 화폐와, 디지털 유틸리티 토큰, 디지털 보안 토큰을 구분했다. 디지털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특정 네트워크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액세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보안 토큰은 디지털 화폐와 디지털 유틸리티 토큰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디지털 자산이라고 정의했다.
뱅가드의 이 같은 언급은 암호화폐에 부정적이었던 기존 입장과 대비되는 것이다. 블랙록과 피델리티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는 동안 뱅가드는 비트코인이 투기성 자산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 온 바 있다.
비트코인에 비판적인 의견을 견지해왔던 팀 버클리 최고경영자가 올해 말 퇴임을 앞두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버클리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 ETF가 은퇴를 위해 저축하는 사람의 장기 포트폴리오에 속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뱅가드는 차기 최고경영자로 블랙록 임원 출신인 살림 람지를 낙점했다. 람지는 수년간 블랙록의 글로벌 ETF 사업을 이끌어왔던 만큼 뱅가드의 반(反) 암호화폐 스탠스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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