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 간 정보불균형 속
비급여 남용에 보험료 ‘껑충’
국내 병원들이 진료비를 지나치게 많이 청구했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한 환자들이 이의 제기에 다시 토해낸 돈이 최근 3년 동안 5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사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급여 항목을 비급여로 책정해 더 많은 진료비를 받아낸 사례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과잉 진료로 인한 실손의료보험에서의 비용 출혈로 가입자 전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으로, 의료계 역시 실손보험료 인상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병원들이 고객들의 진료비 확인 요청을 받고 나서 환불한 금액은 총 49억3025만원이었다.
진료비 확인 제도는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병원에 지불한 본인부담 진료비가 적정했는지 심평원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환자는 병원이 급여 대상임에도 비급여로 청구한 진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이다. 환자가 직접 진료비 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으로, 실제로 과잉 청구된 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도별로 보면 진료비 확인 요청에 따른 환급 금액은 ▲2021년 18억8587만원 ▲2022년 14억9598만원 ▲2023년 15억484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진료비가 높게 책정됐던 이유로 병원들이 급여 진료를 비급여로 적용했다는 분석이다. 병원들이 비급여 진료를 선호하는 이유는 급여에 비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단 장점이 있어서다. 급여 진료비는 정부 고시에 따라 비용이 결정되지만,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이 책정할 수 있다.
비급여는 실손보험에도 피해를 끼치고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보장해 주는 상품인데, 매년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실손보험의 경과손해율은 103.4%로 전년 대비 2.1%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생보사는 1.7%p 오른 86.4%를, 손보사는 2.3%p 상승한 107.1%를 기록했다.
상품별로 보면 지난 2017년에 출시한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7.2%로 가장 높다. 뒤를 이어 ▲4세대 113.8% ▲1세대 110.5% ▲2세대 92.7% 순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증가하면 실손보험 적자 폭이 커져 이는 장기적으로 실손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
실손보험에서의 연간 적자는 지난해에도 2조원에 육박했다. 최근 3년 간 실손보험에서 발생한 손실은 ▲2021년 2조8581억원 ▲2022년 1조5301억원 ▲2023년 1조9738억원에 달했다.
보험사들은 보험손익 적자를 반영해 실손보험료를 ▲2021년 10.3% ▲2022년 14.2% ▲2023년 8.9% ▲2024년 1.5% 인상해 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치료 남발로 실손보험의 적자는 매해 심화되고 있다”며 “오남용 되는 비급여로 다수의 소비자는 실질적으로 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보험료가 계속 인상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화되는 비급여 문제는 의료보험제도 개편으로 먼저 다뤄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며 “자기 부담금을 늘린다던지, 비급여 한도를 조정하는 등의 비급여 피해 방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의사들의 과잉진료와 관련해 도덕적 해이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개혁특위에서 비급여 관리 방안에 대해서 개혁 방안이 언급된 만큼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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