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000년 이후 최고가를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의 모태(母胎)인 현대전자 시절이었던 2000년 10월 이후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모두 수익권에 들어섰다.
1990년대에 주식을 산 투자자는 투자 시점에 따라 엇갈렸다. 현대전자 주가는 1998년 5월 16만9699원(유·무상 증자와 감자 등 주식 수 변화를 모두 반영한 수정주가 기준)까지 밀렸다가 이듬해 9월 77만481원까지 주가가 뛰었다. 당시 현대전자는 주가 조작 혐의에다 빅딜 추진, 반도체 업황 호조, 현대그룹 승계 등의 이슈가 맞물리면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식은 전날 20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전날보다 1.46%(2900원) 오르면서 SK하이닉스 체제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을 새로 썼다. 장 중 20만9000원까지 뛰기도 했다. 이는 SK그룹에 합류한 뒤 최고가다. SK하이닉스는 2001년 3월 현대전자에서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고, 2012년부터 현재의 사명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전자 시절부터 따져보면 SK하이닉스의 종가 기준 최고가(수정주가 기준)는 1999년 9월 9일 71만8996원이다. 당시 실제 주가는 4만500원이나, 하이닉스 시절인 2003년 실시한 21대 1 감자 등을 반영한 가격이다. 장중 최고가는 1999년 9월 22일에 찍은 77만481원이다.
현재 주가는 현대전자라는 이름을 쓰고 있던 2000년 10월 16일(수정주가 기준 종가 22만833원)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대전자가 주주총회를 열고 하이닉스로 사명 변경을 의결하기 직전인 2001년 3월 28일 주식(수정주가 기준 5만9674원)을 샀다면,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전날까지 약 5.4%다.
SK하이닉스에 장기 투자하기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하이닉스 시절인 2003년 3월 26일 수정주가 기준 종가로 2650원까지 밀렸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94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고(전년도 기준), 21대 1 감자를 진행했을 때다. 만약 이때 주식을 매수했다면, 79배에 가까운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셈이다.
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 호황기와 맞물려 같은 해부터 2007년까지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하이닉스 주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다시 1만원 선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2008년에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1조9201억원에 달했다. 이어 하이닉스는 2009년에 1월과 5월에 각각 3240억원, 7245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때 발행가가 각각 1주당 5400원, 1만350원이다.
최근 SK하이닉스 주식을 장기 투자해 주목받은 한 직원의 평균 매입가가 1주당 7800원인데, 2009년 유상증자에 참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SK하이닉스 주식 5700주를 산 이유에 대해 2020년 게시글에서 “회사 내에서 당시 자사주를 사면 미친X이란 소리를 듣던 시절 ‘애사심’과 ‘저평가’란 생각에 올인했다. 생애 첫 주식 투자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직원은 최근에도 “아직도 팔 타이밍을 못 잡고 있습니다”라는 짧은 댓글과 SK하이닉스 주식 5700주를 그대로 보유 중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캡처 화면을 공개했다. 전날까지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했다면 그의 수익률은 2483%, 금액으로는 11억409만원이다.
SK하이닉스는 SK를 주인으로 맞아 채권단 체제에서 벗어나면서 주가가 본격적으로 뛰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2022년 3월 13만원 선을 돌파했다가 주춤한 뒤, 올해 들어 본격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연초 대비 전날까지 44.2%(6만1800원) 올랐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증권사들은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이달 제시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평균 23만5000원이다. 미국 초대형운용사인 캐피탈그룹도 지난 20일 19만여원에 SK하이닉스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보유지분이 5%(약 3643만주)로 늘었다.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 임원 중 19만원대에 주식을 처분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 임원 일부는 주가가 더 오르기 쉽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도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 ‘중립(Hold)’를 유지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부문 경쟁력 우위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라면서도 “경쟁사들의 HBM 공급이 본격화하면 (SK하이닉스의) 이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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