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과학세상] ‘수학 없는 물리’의 득과 실

이투데이 조회수  


이제 학기가 거의 끝나간다. 남을 가르치는 일은 참 오래해도 쉬워지지 않는다. 주제는 물론 세부 내용까지 어는 정도 손바닥 안에 쥐고 있다 자신하는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시간에는 열이 전달되는 방식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는데, 문득 ‘공기는 열의 전달만 막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은 전도, 대류 그리고 복사 세 방식으로 전달되는데, 앞의 공기 얘기와 관련이 있는 건 전도다. 열을 책에 비유해 설명하면 전도는 앞사람이 뒷사람에게 직접 책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원활하게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공기가 이에 속한다. 그래서 공기에 ‘열절연체’란 이름이 붙는다.

강의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을 받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그날은 유독 더했다. 그래서인지 강의하는 게 유난히 힘들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강좌의 수강생 전원이 어문학 혹은 상경계열인 것도 영향이 있었다. 이제까지는 늘 공학도 아니면 자연과학도들을 대상으로 물리 수업을 했었다. 강의 내내 긴 수식들이 칠판에서 춤을 췄다는 의미다.

말로 풀어낸 물리학은 현상설명 모호

물리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수학은 당연히 잘하는 걸로 여겨지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왜?’라는 의문이 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수학과 물리학은 엄연히 다른 학문이다. 나의 종이장처럼 얇은 지식으로 이 둘의 차이를 기술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내가 배운 수론이나 선형대수, 기하학 등의 내용을 떠올려보면 수학은 공식을 외우고, 그걸 응용해 문제를 푸는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수학자들은 무엇을 연구할까? 머릿속에 남아 있는 예로 “직각삼각형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곡선의 길이는 어떻게 구하나?” 등이 있다. 추상적이고, 자연이나 인간 사회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질문이 주요 주제인 경우가 많다. 연구방법으로 보면 우선 출발을 위해 ‘정의와 공리’라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증명이라 불리는 연역적 방법을 통해 명제의 진위를 결정한다.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좀 더 풀어보자면 피타고라스의 정리, 즉 ‘직각삼각형에서 빗변 길이의 제곱은 다른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과 같다’에서 시작해 이게 모든 직각삼각형에서 성립되는지를 지나 직각삼각형의 정의까지 확장된다. 수학 강의를 들을 때마다 왼쪽에서 시작된 글을 오른쪽부터 읽는 느낌이 들어 혼자 마구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물리학은 이런 수학을 매개 언어로 하니 뭐가 다를까 싶을 수 있다. 이 학문 역시 아래부터 쓰기 시작해 위에서 읽어 내려오는 글과 유사하지 않냐 싶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게 나의 의견이다. 실험, 관찰 그리고 통계 등이 주요 연구 수단인 것도 그렇고, 모델 정립이나 실험 데이터 분석에 사용되는 수학 역시 원 수학(?)에 비해 조금은 너그럽다.

일례로 고전역학을 들어보자. 고전역학은 거시차원에서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인데, 이때 미적분학이 응용된다. 사실 미분은 함수의 연속성을 전제로 하는데, 물리에선 이걸 굳이 증명하고 그러니 이 방법을 써도 된다는 것까지 확인하지는 않는다. 두 점을 직선으로 이을 때의 길이를 거리라고 불러도 아무도 시비 걸지 않는다. 이는 물리 방정식이 공리가 아닌 물리적 실체에 기반해서 유도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본다.

수학적 바탕 없으면 물리학 이해 어려워

이처럼 수학과 물리학을 등호로 둘 수 없는 건 확실하다. 그렇지만 ‘정교함과 단순함’이란 아름다움을 준 수학을 모르고 물리학의 강을 건너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긴 시간 이 수단에 의지한 나와 같은 물리 왕초보에겐 더욱 힘든 일이다. 속도와 속력이 같지 않고, 무게와 질량은 완전히 다르다는 게 너무 깊이 박혀 있다.

앞서 말한 어문학 혹은 사회계열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너무 어렵다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이 친구들은 갖고 있는 능력과는 무관하게 수학 앞에서 심하게 낯가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선택한 교재조차 ‘수학 없는 물리’이건만 흥미롭고 쉽게 가는 게 만만치 않다. 물리와 조금이라도 친해지라고 과장과 생략을 일삼는데, 그 와중에 ‘아… 이건 꼭 정확한 말이 아닌데’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물리가 엄격하지만 불친절한 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학기 내내 내 강의가 성에 차지 않아 동동거렸던 이유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경제] 랭킹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경제] 공감 뉴스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 NH농협은행, 농촌 학생들과 '초록사다리 여름캠프' 개최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젊음과 낭만의 거리,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학로 맛집 BEST5
  • 진득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까지! 칼국수 맛집 BEST5
  • ‘감칠맛 최고봉’ 보글보글 끓이는 소리마저 맛있는 꽃게탕 맛집 BEST5
  • 고소한 맛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파전 맛집 5곳
  • [맥스무비레터 #78번째 편지] 극장 온도 급상승 ‘히든페이스’ 문제작의 탄생💔
  • [인터뷰] 봄의 햇살 닮은 채서은, 영화 ‘문을 여는 법’으로 증명한 가능성
  • “야한데 야하지 않은 영화”…’히든페이스’ 관객 후기 살펴보니
  • [위클리 이슈 모음zip] 민희진 아일릿 대표 고소·개그맨 성용 사망·’정년이’ 끝나도 화제 계속 외
//php echo do_shortcode('[yarpp]'); ?>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이승엽·SUN·이종범도 못했다, 김도영 새 역사 도전…KIA 10번째 대관식 예약, 이것이 궁금하다

    스포츠 

  • 2
    [게임브리핑] 마비노기 영웅전, 신규 레이드 ‘시공간 왜곡’ 업데이트 외

    차·테크 

  • 3
    상용차 업계, 바이오 연료에도 집중… 新솔루션으로 탈탄소화 목표 

    차·테크 

  • 4
    소니 ‘PS5 프로’, 고가 정책 독됐나… 판매량 부진 신호

    차·테크 

  • 5
    일본 사람들이 뽑은 'BEST 한국 드라마'… 3위 '사랑의불시착', 2위 '우영우', 과연 1위는?

    연예 

[경제] 인기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지금 뜨는 뉴스

  • 1
    [세종풍향계] ‘와일드카드’ 대신 ‘드래프트’ 택한 기재부, 신입사무관 배치 방법 바꾼 까닭은

    뉴스&nbsp

  • 2
    '3-0→3-2→3-5→9-5→9-6' 마키 역전 그랜드슬램…13안타 폭발! 日, 국제대회 26연승 '폭주' [프리미어12]

    스포츠&nbsp

  • 3
    "434억 받고 당비 올려"…개딸들 '이재명의 민주당' 사수 안간힘

    뉴스&nbsp

  • 4
    그들처럼 우리도 천지의 기운을 읽자

    뉴스&nbsp

  • 5
    면허 없이도 입을 수 있는 #바이커패션

    연예&nbsp

[경제] 추천 뉴스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 NH농협은행, 농촌 학생들과 '초록사다리 여름캠프' 개최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젊음과 낭만의 거리,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학로 맛집 BEST5
  • 진득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까지! 칼국수 맛집 BEST5
  • ‘감칠맛 최고봉’ 보글보글 끓이는 소리마저 맛있는 꽃게탕 맛집 BEST5
  • 고소한 맛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파전 맛집 5곳
  • [맥스무비레터 #78번째 편지] 극장 온도 급상승 ‘히든페이스’ 문제작의 탄생💔
  • [인터뷰] 봄의 햇살 닮은 채서은, 영화 ‘문을 여는 법’으로 증명한 가능성
  • “야한데 야하지 않은 영화”…’히든페이스’ 관객 후기 살펴보니
  • [위클리 이슈 모음zip] 민희진 아일릿 대표 고소·개그맨 성용 사망·’정년이’ 끝나도 화제 계속 외

추천 뉴스

  • 1
    이승엽·SUN·이종범도 못했다, 김도영 새 역사 도전…KIA 10번째 대관식 예약, 이것이 궁금하다

    스포츠 

  • 2
    [게임브리핑] 마비노기 영웅전, 신규 레이드 ‘시공간 왜곡’ 업데이트 외

    차·테크 

  • 3
    상용차 업계, 바이오 연료에도 집중… 新솔루션으로 탈탄소화 목표 

    차·테크 

  • 4
    소니 ‘PS5 프로’, 고가 정책 독됐나… 판매량 부진 신호

    차·테크 

  • 5
    일본 사람들이 뽑은 'BEST 한국 드라마'… 3위 '사랑의불시착', 2위 '우영우', 과연 1위는?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세종풍향계] ‘와일드카드’ 대신 ‘드래프트’ 택한 기재부, 신입사무관 배치 방법 바꾼 까닭은

    뉴스 

  • 2
    '3-0→3-2→3-5→9-5→9-6' 마키 역전 그랜드슬램…13안타 폭발! 日, 국제대회 26연승 '폭주' [프리미어12]

    스포츠 

  • 3
    "434억 받고 당비 올려"…개딸들 '이재명의 민주당' 사수 안간힘

    뉴스 

  • 4
    그들처럼 우리도 천지의 기운을 읽자

    뉴스 

  • 5
    면허 없이도 입을 수 있는 #바이커패션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