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한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
현재 노동분쟁 해결 절차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된 체계이다. 해고 등 노동사건은 통상 1차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거치고,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 사실상 ‘5심제(서울지방노동위원회 → 중앙노동위원회 → 법원 3심제)’를 거치는 셈이다.
그간 법원은 법관들의 순환보직으로 인해 노동분쟁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노동위원회는 공정성과 법률적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아울러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같은 행정구제절차와 법원의 ‘해고무효확인의 소’와 같은 민사구제절차가 중복되는 문제와 강제집행력이 없는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을 담보하기 위해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 실효성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
노동분쟁 사실상 5심제…효율 떨어져
노동법원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입장에서는 노동분쟁의 대부분이 민사사건인 임금 관련한 분쟁이어서 민사법원으로도 충분하고, 강력한 노조가 노동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으며, 소송을 통해 기업을 압박한 후 기타 보상을 통해 화해를 도모하는 등의 소송남용으로 신속성과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국민들이 갖는 법감정에 비춰볼 때 노동 및 노동법률에 대한 관심도가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진 시점임을 주목해야 한다. 노동분쟁은 개인의 생계 및 기업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속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경험해 본 국민들은 이원화된 절차와 사실상 5심제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안정한 상태를 장기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와중에 분쟁에 대한 판단이 번복되거나 상대방의 소송기술로 상당기간 지연됨으로써 어려움이 가중된다.
또한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판결과 노동위원회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로 법률 판단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훼손된 상태이다. 이와 같은 국민의 고충이 해소되고 제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속히 노동분쟁의 특성과 전문성을 살린 노동전문법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노동분쟁 판단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다.
현재 노동위원회는 일정요건의 근로자들에게는 국선대리인 제도를 적용하여 최소의 비용이 소요되는 장점이 있으며, 각 심급이 수개월 이내에 판정이 내려짐으로써 신속한 구제절차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노동분쟁은 사건의 입증자료가 사용자에게 집중되어 있고, 분쟁기간이 길어지면 근로자는 소송을 끌어갈 경제적 능력이 적은 반면, 사용자는 근로자에 비해 경제적 능력이 월등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
따라서 노동분쟁 해결의 일원화와 노동분쟁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노동전문법원 설치가 절실하다. 이를 통해 고비용의 변호사로 국한되는 소송대리권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노동전문가들로 저렴하게 선임될 수 있도록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근로자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한 노동소송절차의 특례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분쟁해결 일원화·국민신뢰 제고에 효과
아울러 노동전문성을 갖는 비직업법관의 참여를 통해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사법참여형 분쟁해결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노동법원 설치를 위해 노동법원법 및 노동소송법이 필요한 이유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법원 설치와 관련한 논의 준비에 본격적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만 실제로 설치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사법부 등 다양한 의견청취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노동위원회의 장점인 공인노무사 등 저렴한 비용의 소송대리권과 3~4개월 만에 종료되는 소송기간, 화해 등 다양한 소송절차의 특례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존 법조계 외에도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노동법원을 설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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