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논의
정부 맞대응,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 발표
경매 차익으로 공공임대 임대료 지원, “피해자 10년 무상 거주”
“피해자 주거안정 도모·실현 가능성 높아”…법 개정 변수
전세사기 피해지원 방안을 두고 정부와 야당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목소리가 빠졌던 만큼, 속도감만 내세워 추진될 경우 정책 집행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둔 하루 전날인 27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박 장관은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야당이 정부, 여야 간의 실질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단독으로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해 의결을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정국 속 야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 특별법 개정에도 무게가 실리지만, 정부는 마지막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 일부를 주택도시기금으로 먼저 지급해 선구제하고 향후 주택 매각 등으로 비용을 후회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 특별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마무리 짓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이 개정됐을 때 제도를 다듬고 시행해야 하는 국토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은 실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치를 평가한 뒤 평가금액으로 채권을 매입해 선구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전세사기 주택의 예상 낙찰가율과 선순위 채권금액 산정 등이 쉽지 않아서다.
이에 대안으로 정부는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감정가를 활용해 주거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LH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할 시, 해당 주택을 공공임대로 지원해 거주 안정을 확보하고,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을 10년간 임대료로 보전해준다.
예를 들어 LH 감정가가 1억원인 주택을 7000만원에 낙찰받았다면 LH는 3000만원을 저렴하게 주택을 매입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 미실현 이익인 경매 차익 3000만원을 LH가 공공임대 보증금으로 전환하고 월세로 차감해, 피해자가 10년간 별도 월세를 직접 내지 않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임대료로 지원하고도 남은 경매 차익은 피해자가 해당 주택 퇴거 시 지급한다.
그동안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사기로 경·공매 시장에서 해당 유형 주택의 낙찰가율이 하락하면서 피해자들의 손실이 더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해 왔는데, 최소한 주택의 감정가 수준 만큼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전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경매 차액을 통해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료를 지원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피해자들은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다”며 “만약 경매차익이 적어 임대료를 지원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가 재정을 활용해 10년 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조직과 인력, 예산이 준비되지 않아 당장 실행이 불가능한 반면 경매 차익을 통한 주거 안정 지원은 LH가 기존에도 수행을 해오던 업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선구제 후회수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고 공공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떠안는다는 형평성 문제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 개정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당장 21대 국회에서 선구제 후회수를 처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날 발표한 주거안정 지원 방안에 대한 법안 발의는 22대 국회에서나 가능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이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저가 낙찰받은 주택을 피해자에게 장기 제공하는 공공임대로 활용한다는 것”이라며 “공공이 피해금액을 대신 책임져줄 수는 없지만 전세사기의 피해자들에게 당장 주거안정을 제공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실적이고 퇴거 요구를 받는 것 없이 임차 주거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며 “무조건 일정 수준 이상의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것보다 피해자들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을 급하게 국회에서 처리하기 보다 22대 국회가 문을 열었을 때 충분히 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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