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경쟁 속에 원자력 발전의 가치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생성형 AI 사용에 따른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량이 폭증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전력 공급과 적절한 전원 구성(믹싱) 도출이 중요하다. 24시간 돌아가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재생에너지보다 원전이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7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2년의 2배 수준인 1050테라와트시(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전력 사용량 중 데이터센터에 소요되는 비중은 2022년 2%에 불과했지만 2026년 4.4%, 2030년 10.2%로 약 5배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리는 이유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가동 중이다. 이 중 약 33%가 미국에, 16%가 유럽에, 10%가 중국에 있는데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전력 수급 불안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영향으로 첨단 제조업 기지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전력난에 직면한 상태다.
이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해 원자력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아마존은 지난 3월 원자력 발전으로 가동되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6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해 6월 버지니아에 있는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 미국 최대 원전 운영 업체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로부터 원자력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AI용 데이터센터는 설치·운영 단계에서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 소재한 데이터센터의 평균 전력 밀도는 랙당 약 4.8kW(킬로와트)인 데 반해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15kW에 육박한다. AI용 서버랙 1000대만 있어도 15메가와트(MW)의 발전 용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는 총 150곳으로 필요 전력 용량은 1986MW 수준이었다. 통상 1000MW급 원전 2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로 소요되는 전력 용량은 4만9397MW에 달한다. 송전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분(7%)을 감안하면 1000MW급 원전 53기에 이르는 추가 전력 생산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유재국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선임연구관은 “AI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선제적인 전력 공급과 적절한 전원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원자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연구관은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되는 데이터센터가 많아질수록 무탄소 기저 발전원인 원자력의 경제성이 높아진다”며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우 전력 생산의 간헐성으로 데이터센터의 전기 소비 패턴과 부합하지 않아 재생에너지는 보조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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