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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보험료 인상 중심의 모수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내 연금 개혁안을 처리하지 못해 22대 국회로 넘기더라도 보험료율 인상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보험료율을 한 차례도 올리지 못한 탓에 국민연금이 ‘적자 구조’에 빠졌기 때문이다. 출산·군복무 크레디트나 기초연금·직역연금과의 연계와 같은 구조 개혁 과제들은 ‘보험료율-소득대체율’로 대표되는 모수에 따라 제도 도입의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모수 개혁이 구조 개혁의 선결 조건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느 나라의 연금 개혁을 살펴봐도 핵심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 개시 연령 등이 포함된 급여 부담 구조(모수 개혁)”이라며 “지금은 4%포인트 정도 인상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재정 안정 효과를 보기 위해 더 많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 역시 “2027년이 되면 연금 지급액이 보험료 지출을 초과해 기금 자산을 헐어야 할 상황”이라며 “보험료 인상은 하루라도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폰지와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현재 연금 지급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폰지”라며 “재정 안정성에 위배되는 상황을 고수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폰지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식’ 사기 기법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2028년 기준)인 데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험료율은 18.2%, 평균 소득대체율은 42.3%다. 받는 돈은 큰 차이가 없는데 내는 돈은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앞으로 연평균 기금 수익률이 지난 36년 평균과 같은 수준(5.92%)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모수 개혁만으로도 수지 균형에 상당히 근접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 상근연구위원은 “기금수익률 6%를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면 수지 균형 보험료율이 14%대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40% 소득대체율 유지를 위한 수지 균형 보험료율은 19.8%였다. 하지만 복지부가 가정한 기금수익률 4.5%를 6%로 올려 잡아 다시 추계하면 수지 균형 보험료율이 14%대로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보험료율과 수지 균형 보험료율 격차가 1~2%포인트에 불과해 재정이 상당 기간 안정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금특위 산하 민간 재정계산위원회 역시 보험료율을 15%로 올리고 기금수익률을 5.5%로 가정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209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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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주장하는 구조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모수 개혁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출산·실업·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기초·직역연금과의 연계와 같은 구조 개혁 과제를 논의할 때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수준에 따라 재정 추계 전망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석 교수는 “현재로써는 구조 개혁의 내용과 범위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함께 논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시민 참여형 공론화 결과 보고서 작성을 위해 복지부가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인상 효과를 추계한 결과 2093년 기준 누적 적자가 5676조 원 증가(보험료율13%, 소득대체율 50% 기준)하기도 했다. 적자 구조를 유지한 채 수급자들의 가입 기간이 늘어나는 제도를 가정한 결과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지금대로라면 매일매일 적자 규모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보험료율이라도 먼저 올릴 필요가 있다. 구조 개혁은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보험료율을 포함한 모수 개혁부터 처리하고 국민 합의 과정을 거쳐 구조 개혁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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