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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류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은 핵무기였다. 하지만 최근 그 공식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하고 무기와 결합하면서 국제질서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한 김건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인(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가령 중국이 터미네이터를 먼저 개발해서 미국 서해안에 50마리만 풀어도 게임이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기술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굳이 안보 위협까지 상상할 필요도 없이 AI·반도체 등 신산업에서 뒤지면 국가경쟁력은 순식간에 추락하고 기술 패권을 쥔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서울포럼의 주제를 ‘기술 패권 시대 생존 전략’으로 잡고 28~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서울포럼 2024’를 개최한다. AI·로봇·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석학들과 국내 전문가, 기업인,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집단지성을 발휘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중국 등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과학기술인을 대거 초청해 다양한 시각으로 기술 패권 시대의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우선 개막일인 28일에는 엔비디아에서 AI 연구 부문 총괄 책임을 지낸 아니마 아난드쿠마르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석좌교수가 기조연설을 통해 AI가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지식을 공유한다. 아난드쿠마르 교수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수석과학자를 역임하고 35세이던 2017년 칼텍 최연소 석좌교수가 된 인물이다. 세계 최초로 AI 기반 고해상도 기상예측 모델도 개발했다.
이어 로봇공학 분야 석학인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두 번째 기조연설을 한다. 김 교수는 포럼 참석에 앞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한국이 첨단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의 경직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직언을 했다. 한국과 미국의 연구 환경을 모두 경험한 김 교수는 기술 패권 시대에 우리나라가 바뀌어야 할 부분에 대해 명쾌한 해설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전기모터를 단 사족 보행 로봇 ‘치타’를 개발했다. 2006년 발명한 ‘스티키봇’은 미국 타임지로부터 ‘올해 최고의 발명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포럼에서 김 교수는 반사 신경을 갖춘 로봇 팔 ‘그리퍼’를 시연하며 로봇 기술의 현주소도 직접 보여줄 예정이다.
포럼 둘째 날인 29일에는 한국 반도체 신화의 주춧돌을 놓은 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삼성전자 상임고문)이 특별강연을 한다. 40년 가까이 반도체 산업에 몸담으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세계 1위에 올려 놓은 김 회장은 산업화 시대의 후발주자로 시작해 첨단 산업의 선도국으로 거듭난 우리나라의 성장스토리를 설명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김 교수가 학계의 첨단산업 흐름을 짚는다면 김 회장은 기업 현장에서 본 생동감 넘치는 경험과 미래 해법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3개의 메인 세션이 펼쳐진다. 첫 번째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한국의 대응 전략’으로 다니엘 리 코넬공대 교수와 류수정 사피온 대표, 스티븐 브레임 IBM아태지역 공공 정책 총괄 부사장이 연사로 나선다. 이어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이정동 서울대 교수, 장웅성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김상목 SK텔레콤 AI엔터프라이즈 사업담당 부사장 등이 패널 토론에 나선다.
두 번째 세션은 ‘AI·반도체, 경제 안보 위한 첨단기술 확보’를 주제로 열린다.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 최정환 프라운호퍼 연구소 수석 종신연구원이 강연을 하고 이어 김정호 KAIST 교수의 주재로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등이 첨단기술 확보 전략을 논의한다.
세 번째 세션은 로봇, 모빌리티, 제조업 혁신과 이동 혁명을 주제로 개최된다. 김주형 일리노이대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 빌 초이 이항 아시아태평양·북미 지역 이사가 연사로 나서며 이어 조동일 알에스오토메이션 최고전략책임자를 좌장으로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 최리군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 상무, 이재석 두산로보틱스 상무 등이 토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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