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정부에서 설립을 주도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가 2나노 미세공정과 1.4나노 기술 도입을 추진하며 하이NA 극자외선(EUV) 장비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주도하는 첨단 파운드리 경쟁에 후발주자로 나서는 라피더스도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의 수혜를 적극적으로 노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반도체 전문지 어낸드테크 보도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네덜란드 ASML의 신형 하이NA EUV 장비를 2나노 이후 공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헨리 리처드 라피더스 미국법인 사장은 어낸드테크에 “2나노 공정까지는 현재의 로우NA 기술 적용을 계획하고 있으나 1.4나노에는 다른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NA EUV는 ASML의 신형 반도체 장비로 2나노 미만 파운드리 미세공정 구현에 장점을 갖추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인텔을 비롯한 일부 고객사에 공급이 시작됐다.
인텔은 하이NA 장비를 가장 먼저 들여놓으며 미세공정 기술 리더십 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2나노 이후 차기 공정에 하이NA EUV 활용을 검토중이다.
반면 TSMC는 2026년 상용화를 앞둔 1.6나노 공정에 하이NA 기술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며 첨단 파운드리 업체들 사이 신기술 도입에 대한 태도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피더스는 1.4나노 공정에 하이NA 활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상위 경쟁사들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데 분명한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가 국가 차원의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설립한 파운드리 업체다. 주요 경쟁사보다 약 2년 늦은 2027년에 2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첨단 파운드리 분야에 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비교적 늦은 시점에 2나노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기술 난이도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공격적인 수준의 목표로 여겨진다.
더 나아가 1.4나노 공정과 하이NA EUV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라피더스가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첨단 파운드리 경쟁 구도에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라피더스도 분명한 한 축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더욱 뚜렷하게 강조한 셈이다.
리처드 사장은 “라피더스는 일본 기업으로서 자부심을 안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인텔, TSMC에 이어 파운드리 시장에 라피더스의 자리도 존재할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라피더스가 2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유의미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온다.
현재 건설 중인 반도체공장 규모나 공정 상용화 시기 등을 고려하면 기술력 및 경제성 등에서 상위 업체와 비교해 분명한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도 라피더스는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산업 발전에서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리처드 사장은 “잠재적 반도체 고객사들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 이외에 다른 대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라피더스에 충분한 틈새시장 공략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라피더스가 파운드리뿐 아니라 고사양 반도체 패키징 서비스도 고객사에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투자 계획도 밝혔다.
반도체 패키징은 파운드리로 생산된 시스템반도체와 고대역 메모리(HBM) 등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조립해 성능 및 전력 효율을 높이는 공정이다.
파운드리 업체가 패키징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면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고 공급망 구축도 쉬워져 고객사들에 분명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라피더스가 파운드리 시장에 늦게 진출하고 일본 정부에 자본을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불리한 상황에도 고객사에는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는 뜻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리처드 사장은 라피더스가 일본 기업으로서 품질 완성도와 정밀도 등 측면의 장점을 증명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느린 미세공정 기술 도입 속도와 같은 약점을 만회할 것이라는 예측도 전했다.
라피더스는 주로 고사양 미세공정 기술 활용을 원하지만 대형 파운드리 업체에 주문을 넣기 어려운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등을 고객 기반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리처드 사장은 라피더스가 삼성전자와 TSMC, 인텔에 맞서 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대신 차별화한 시장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라피더스의 성공 여부는 일본 정부가 수십 년 동안 뒤처지고 있던 시스템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역량을 되찾으며 명예 회복을 노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최근 라피더스의 홋카이도 반도체 공장 건설에 5900억 엔(약 5조1400억 원)의 보조금을 승인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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