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투자의 핵심은 시간(time)이지 타이밍(timing)이 아니다’
가치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 회장(Oaktree Capital Management)의 말이다. ‘언제 사고 파느냐’보다 ‘오래 갖고 있는 것’이 수익을 내는데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전문직 부자들이 몰려 산다는 강남 도곡과 대치동에서 많은 부자를 만나고 있는 최홍석 미래에셋증권 선임 매니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부자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도 장기투자라고 말한다.
그럼 그 근거는 무엇일까?
답은 엄청 과학적이고 수학적인데 다름아닌 ‘복리의 마법’이다. 그들은 보유 부동산과 주식 등을 오래 투자해 원금에 이자가 붙고, 또 원금에 이자가 붙고 또 이자가 붙는 방식으로 자산을 늘려왔다는 것이다.
그 매직의 디테일은 최 선임매니저의 말을 통해 듣기로 한다.
◇보통 부자들은 어떻게 자산을 축적하나요? 최근 달라진 트렌드가 있는지?
“PB(프라이빗 뱅커)로 만난 도곡·대치동 부자들은 장기간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면서 부를 늘려왔습니다. 제 느낌으로 부자가 100명이라면 90명은 부동산으로, 7~8명은 사업으로, 그리고 나머지 1~3명 정도는 주식으로 부를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트랜드 변화가 감지됩니다. 과거 부자들은 주로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늘려왔는데, 최근 2~3년 사이 장기 보유하던 부동산을 매각하고 해외 주식에 투자하려는 부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 등으로 코로나 이후 상가 건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등 부동산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과거처럼 가격이 탄력적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있는 거지요.
1000억원 부자들의 포트폴리오가 과거에는 100% 부동산 자산이었다면, 최근에는 600억은 부동산으로, 300억~400억은 미국 주식과 채권으로 가져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기투자를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그리고 장기투자에도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부자들은 좋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장기 보유해 자산을 불린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자가 되려면 많은 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부자들의 근로소득은 일반인보다 1.5~2배 정도 많은 정도입니다.
소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자산을 장기투자해서 복리효과를 누리는 것이 부를 축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특히 소득은 나이가 들면서 줄지만, 투자해 놓은 자산은 수익률만 보장되면 꾸준히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40대 초반에 원금 1억원으로 연 12% 수익의 자산에 10년간 투자했다면 50대에는 3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같은 방식으로 20년간 같은 수익을 낸다면 60대엔 원금의 9배인 9억원, 70대엔 약 30억원대로 늘어납니다. 이게 바로 ‘복리의 힘’입니다.
꾸준히 수익률이 나오는 좋은 자산에 장기투자하면 평생에 걸쳐 약 30배의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타이밍보다 시간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복리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시드머니와 함께 세부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70세에 자산 100억원이 목표라면 40세때 3억~4억 정도의 자본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500억이 목표라면 40세에 15억 정도는 시드머니로 갖고 시작해야 하는거죠.
따라서 젊은 시절에 근로, 사업 소득 등으로 시드머니를 만든 뒤 이 돈으로 좋은 자산을 매입해 장기 보유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아주 중요한 노하우입니다.”
이 대목에서 워런 버핏이 떠올랐다. 1930년생, 올해 만 94세, 보유 자산 1320억달러(우리 돈 약 171조6000억원). 그런데 놀라운 건 그의 자산 약 90%가 60세 이후 불어났다는 사실. 버핏은 자신이 몸소 입증한 복리효과를 산 꼭대기에서 조그만 눈 한덩이를 굴리면 그 눈 한덩이가 구르고 굴러 마침내 산 밑에서는 눈사태처럼 불어난다는 이른바 ‘눈덩이 효과'(snow ball effect)로 설명했다.
◇ 복리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투자 대상을 고르는 게 중요한데, 어떻게 찾아야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부자들이 투자에 성공한 경우는 대다수 자산의 장기 성장성을 보고, 본인이 직접 의사 결정한 경우입니다.
대부분 부자들은 장기적 방향성을 예측한 후 자산을 매입합니다. 예를 들어 땅이나 건물을 매입하기 전 그 지역 인구가 10년 뒤 늘어날지, 감소할지 등을 상식 수준에서 전망하고 취득하는 식입니다.
현재 상황이 이렇고 저렇고 하는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본인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고객 가운데 지인이 산 땅이 2~3배 뛰었는데 따라 샀다는 부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어떤 경우든 본인이 직접 보고 판단해서 삽니다. 산업단지가 들어선다거나, 또는 인구가 늘어날 곳이라거나 등등 어떤 확신이 있어야 자산을 매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지요.”
◇ 끝으로 최근 트렌드와 관련해서 하나 질문하고 싶은데요. 가상화폐 투자에도 복리효과가 가능할까요?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드라마틱하게 움직이면서 고객 문의가 부쩍 늘긴 했습니다. 하지만 관심과 별개로 실제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례는 (제 고객 가운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자산관리 측면에서 아직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시장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포트폴리오의 아주 작은 비중으로 배분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가상화폐 투자를 통한 복리효과는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화폐를 단일 자산으로 장기투자하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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