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절차에 영등포구청에 이견을 제시했던 KB부동산신탁이 이의제기를 자진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KB신탁은 이 사업 ‘예비시행자’일 때 만든 정비계획이 있음에도 현재 다른 정비계획이 마련된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스스로 물러설 만큼 설득력이 떨어지는 명분쌓기용 문제제기로 혼란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이에 조합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며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와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대교아파트 정비계획(안) 공람공고 과정에서 KB신탁은 영등포구청에 제기했던 문제제기를 철회하기로 했다. KB신탁은 기존 정비계획과 추진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정비계획안이 만들어져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겠다는 내용의 의견을 낸 것이다.
이 과정은 KB신탁이 만든 정비계획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취지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KB신탁 관계자는 “예비시행자로 만든 정비계획 변경안이 있는 상황에서 현재 재건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관할구청이 인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KB신탁은 2017년 5월 대교아파트 정비사업 우선협상사업시행자(예비시행자)로 선정됐다. 이어 주민 동의와 의견을 거쳐 주민제안 방식으로 재건축 정비계획을 입안해 서울시에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KB신탁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기 위한 동별 동의율 요건을 만족하지 못해, 시행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변 층수 제한을 두는 등 재건축에 비우호적으로 나서면서 여의도 일대 재건축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시일이 흐른 뒤 오세훈 서울시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신속통합기획’이 재개되자, 대교아파트는 조합 방식으로 선회했고, KB신탁과 이별하게 됐다. 그리고 새 정비계획(안)을 마련하면서 현재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국 사업이 물건너간 상황에서 KB신탁은 그 동안 투입했던 비용을 돌려받기 위한 제스쳐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B신탁이 초반에 이 사업 시행자로 참여하기 위해 수 억 원의 비용을 지출했는데 비용을 그대로 잃게 됐다”며 “기존 정비계획 변경안의 효력이 인정된다면 투입했던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KB신탁이 매몰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수십 차례, 변호사 자문서까지 동봉해 발송한 주민소식지에는 KB신탁이 매몰비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사항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에 KB신탁은 “내부적으로 명확한 내용을 보고하기 위한 확인 절차였을 뿐 그 외 의도는 없었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즉 내부보고를 위한 명분쌓기용 이의제기로 조합과 아파트 주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다. 대교아파트 조합은 KB신탁의 문제 제기에 대해 사업 추진을 방해했다고 해석하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KB신탁은 사업에 혼란을 주려던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KB신탁 관계자는 “(공람의견을 내기 전에) 관련 변호사나 협력업체에 물어도, 현재 조합이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은 이의제기를 할 만한 사항이든 아니든 명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의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명분 쌓기용 이의제기였다고 보고, 재건축 조합과 관련해 집행정지 가처분 등 법적 절차를 밟는 것보다 피로도가 낮은 당사자 간 합의를 하려던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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